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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 왜 대선불출마 선언했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에 귀국할 때까지만 해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전국민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중도 포기를 선언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공개적으로 표명한 불출마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자신에 대한 검증 작업에 대한 회의, 이로 인한 수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사무실을 방문해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불출마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이 실종됐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귀국 직후 반 전 총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실수들이 하나 둘 결합되면서 폭발적인 파급력을 갖기 시작했다.

총 10여회에 가까운 각종 해프닝이 집중 부각되면서 반기문의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전 인천공항에 특별의전을 요구했다가 논란을 일으켰고, 귀국 직후 공항철도 발권 미숙 및 혼잡 논란, 외국산 생수 논란, 현충원 방명록 메모 베끼기 논란, 방명록 핫팩 과잉의전 논란, 턱받이한 채 죽 먹이기 논란, 조류독감 현장 방문 논란,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 방명록 논란, 청년문제 발언 논, 광주 이 충렬공 발언 논란, 국기에 대한 경례 논란, 당이 없으니 돈 문제가 힘들다 발언 논란 등 10여개 내외의 구설수에 휩싸였다.

반 전 총장의 정치 행보 또한 가시밭길이었다.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 연대를 도모했지만, 반 전 총장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게 식고 있는 상황에서 손을 내미는 정치인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급기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변화있는 언행이 없다고 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국민의당과는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며 반 전 총장 영입 거부를 시사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20일 반 전 총장이 ‘돈이 없어서 정당에 들어간다’고 한 발언을 문제삼으며 “종 친 거다”며 중도 포기를 예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반 전 총장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도하차 가능성을 부인했다.

가장 큰 충격파는 설 연휴 이후 민심의 향배가 급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설 이후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텃밭이 될 수 있었던 보수진영 측 여론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쪽으로 기울면서 동력을 상실한 듯 보인다.

반 전 총장은 마지막 반전 기회로 개헌을 구심점으로 한 제3지대 세력 형성을 추진했지만 그마저도 허사가 되자 1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31일 “모든 정당과 정파 대표들로 개헌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대선 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오히려 유엔 전 감찰실장 측의 “(반 전 총장은) 직언하면 화 냈다”, “영어실력은 형편없다”, “나라면 대통령 선거에서 찍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이 쏟아져 나오며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결국 1일 반 전 총장 측은 새누리당,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고,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 “박근혜 정부 실패 책임의 두 번째쯤 되는 분”이라며 견제하는 등 열성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갔지만 결국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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