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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뱃돈이 뭐길래 ①]주머니 비었는데…“신사임당 주세요” 얄미운(?) 조카
- 설 지출 중 40%는 세뱃돈…세배 의미 보다 액수만 관심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즐거운 설에도 돈 걱정은 직장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최악의 경기불황에 설 상여금도 나오지 않아 주머니는 가벼운데 세뱃돈을 조르는 조카들의 스킬(?)은 매년 강해진다.

직장인 이철규(33) 씨는 지난 설 조카들의 ‘만행’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고 다함께 떡국을 나눠 먹는 즐거운 명절 아침 풍경이었지만 사달은 세배를 나누는 시간에 나고 말았다. 이 씨의 가족과 이 씨 형의 가족이 각각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나오자마자 조카들이 달려와 “삼촌 세뱃돈 줘요”라고 외쳤던 것이다.


부모님께 명절 잘 쇠시라고 수십만원을 봉투에 챙겨드리느라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이씨는 조카들의 세배가 부담스러웠지만 기꺼이 세배를 받았다. 세뱃돈으로는 미리 신권으로 챙겨온 1만원짜리를 내밀었다. 문제는 그때였다. 큰 조카가 ”에이 삼촌 겨우 1만원? 친구들은 다 5만원짜리 받는다던데“라고 투덜댔다. 옆에서 지켜보던 형수가 한술 더 떠 “삼촌이 너무 손이 작네”라고 한마디 거드는 것을 들으니 이씨의 마음속에서는 천불이 났지만 명절 아침부터 화를 낼 수도 없어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이 씨는 “돈이야 더 줄래면 무리해서라도 줄 수 있지만 세배는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돈 타령만 하는 조카들을 거드는 형수를 보니 정이 뚝 떨어졌다”며 “요즘 회사도 어려워서 상여금도 안 나왔는데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아 세배를 시키고 돈을 회수해 올 수 없는 게 더 분하다”고도 했다.

오르지 않는 월급에 명절 상여금은 깎이면서 세뱃돈은 직장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6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40.6%는 지난해 보다 설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평균 37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40%인 17만1000원은 세뱃돈으로 지출할 것으로 직장인들은 예상했다. 세뱃돈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적정 세뱃돈 규모는 받는 사람의 연령에 따라 달랐다. 초등학생은 가장 많은 응답자인 56.9%가 1만원을 꼽은 반면, 중ㆍ고등학생은 5만원, 대학생 이상은 10만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조카들의 나이가 더 많은 미혼이나 신혼부부가 부담이 더 크다.

문제는 경기 불황으로 세뱃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 설에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68.4%로 지난해보다 5.4%포인트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설 상여금으로 평균 106만1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고작 2.41% 늘어난 것. 이에 반해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보다 3.35% 늘어난 160만 2000원을 주기로 해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세뱃돈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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