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계 블록경제 순식간에 해체의 길로
나프타 재협상·TPP탈퇴 현실로
美, 다자 해체 양자협상 선언
힘으로 최대한 실익 확보 전략

수십년간 지속돼온 세계의 ‘블록경제’의 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발동과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선언이 맞물리면서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다자간 무역협정 틀을 벗어나 1대1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미국의 초스피드 행보에 전세계 경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개별 국가의 힘을 앞세운 ‘강대강(强對强)’ 시대가 열리면서 약육강식의 생존이 주요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블록경제 붕괴의 방아쇠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겼다. 트럼프는 취임 나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하루 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선언과 함께 멕시코,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잡은데 이어 전광석화처럼 TPP 탈퇴를 선언하자, 마국은 물론 전세계가 요동쳤다. 명분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다. 트럼프는 “TPP 탈퇴는 미 노동자들에게 대단한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다자협정시대에서 양자협정시대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무역질서도 강대국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미국에 맞서 중국이 새로운 세계 리더로 나서는 가운데, 오바마 정부에서 미국과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던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의 급진적인 무역정책을 놓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협상의 기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자신을 ‘탁월한 협상가’라고 자화자찬해왔다. 한 명의 상대를 두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데 단련이 돼있다는 얘기다. 다자간 협정에선 양보를 해야 하는데 1대1 협상에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실리주의도 깔려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각의 무역시장에서 힘의 우위를 지키며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TPP 탈퇴로 무역 적자를 해결할 순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무역 거래를 해지하는 것만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유럽도 강대강 힘겨루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17일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EU 완전 탈퇴)’를 선언했다. 24일 영국 대법원이 브렉시트 협상 개시에 앞서 의회승인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리자, 메이 총리도 ‘신속처리 법안’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FT)는 메이 총리가 27일 브렉시트 절차 개시 승인안을 ‘신속처리 법안’으로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예정대로 3월 영국과 EU의 협상이 가능해져 그때부턴 본격적인 강대강 싸움이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새롭고 대담한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으로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이에 EU 종주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접근하려면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못박는 등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동시에 메이 총리는 27일 미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각 국과의 맞춤형 협정 체결을 준비하는 ‘투트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뒤이어 중국과의 정상회담도 조율중이다. FT는 “메이 총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메이의 이같은 행보는 EU를 벗어나 영국의 1대1 국제무역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