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23일 오후 2시 5분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20여분 간 취재진에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가 분명히 있었고, 조윤선 전 장관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김 전 실장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취임 이후 이같은 배제 활동이 시작됐고, 김 전 실장이 수시로 수석 회의에서 배제 행위를 지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라는 행위는 정권이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한 것”이라며 “민주적인 기본 질서와 가치를 절대적으로 훼손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7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퇴임 한 달 전 블랙리스트를 봤다”며 “그해 1월과 7월 두 차례 블랙리스트 문제로 박 대통령과 면담도 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또 다른 인터뷰에선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날 유 전 장관은 문체부 현직 공무원들의 협조를 받아 관련 자료를 모두 특검팀에 넘긴 상태라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관련된 다수의 증거자료도 포함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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