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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심판] 거침없이 쏟아낸 정호성…재판관들은 “인선案 유출 이해안돼”

-헌재, 崔에 인선안 유출…이해 못한다는 반응
-朴대통령 대포폰 사용이유 명쾌히 설명못해
-정호성, 朴대통령 담화ㆍ이영선 진술 뒤집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19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정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차명폰 사용 사실부터 최순실 씨의 청와대 출입 사실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지만 답변 곳곳에서 모순도 적지 않게 드러냈다. 박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내용을 거침없이 공개하면서도 박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해 장시간 옹호하는 주장도 늘어놔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헌법재판관들은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연설문 뿐만 아니라 정부 인선안까지 넘긴 사실에 의문을 표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인사 자료를 참고하라고 최 씨에게 보내준 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정미 재판관도 “개인정보 등 민감한 부분이 담긴 인선안은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걸 알면서 보낸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진=헤럴드경제DB]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와 2012년 대선 때부터 상의를 해왔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한 것이다. (최 씨가) 외부로 유출하리라 생각 안했다”며 “대통령을 뒤에서 조용히 돕는 사람으로서 최 씨가 남들보다 하루 이틀 먼저 (인선안을) 알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답을 내놨다. 김창종 재판관은 최 씨가 정부 인사에도 개입한 것 아닌지 집중 신문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부인했다.

박 대통령이 일명 ‘대포폰’이라 불리는 차명 전화기를 사용한 배경을 놓고도 모순된 답변이 이어졌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야당 생활을 할 때부터 도감청이나 사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차명폰을 사용했다”고 진술했지만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야당 의원 시절은 이해하더라도 대통령 당선 뒤엔 청와대 생활을 하는데 사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당황한 정 전 비서관은 “보안을 위해 좀 더 안전하려고 관성적으로 그런 거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줄곧 최 씨를 가리켜 “우리에겐 없는 사람이었다. 대외적으로 나서면 가십거리를 낳을 수 있어서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와주는 사람이었다”는 답변을 자주 했다.

왼쪽부터 이정미 재판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김이수 재판관 [사진=헤럴드경제DB]


그러자 김이수 재판관은 “없는 사람으로 칠 정도였다면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를 관리하듯 청와대가 더 감독을 철저히 했어야 하지 않냐”며 최 씨에게 문건을 내준 정 전 비서관의 행동을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근무지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김 재판관이 “그날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에 나와 있었다면 상황을 좀 더 일찍 파악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보고 받는 건 관저 집무실이나 본관이나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대통령이 본관에 있었다면 부속실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비서관들이 사고 상황을 바로 보고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말이다”라고 하자 정 전 비서관도 “그렇다”며 한발 물러섰다.

박 대통령이 1차 대국민 담화에서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후에는 최 씨의 도움을 받는 것을 그만뒀다”고 했지만 이날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초까지 최 씨에게 문건을 보여준 사실을 인정했다. 또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헌재 증인신문에서 최 씨를 차량에 태워 청와대에 들어간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이 행정관이 카니발에 태워 최 씨를 관저에 데리고 온 사실도 인정하며 청와대 측의 기존 주장을 연거푸 뒤집었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최 씨에 대한 원망도 드러냈다. 그는 “최 씨가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상황이 꼬인 거 같다”며 “저와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대통령에 누가 안 되도록 절제된 삶을 살았다. 최 씨도 당연히 우리와 같은 도덕적 기준에 맞춰 산다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곳에서 구멍이 나 이 사태까지 왔다.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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