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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 서울 눈폭탄 ①]차는 팽팽 돌고, 버스는 기어가고 지각 속출…지옥길 된 출근길
- 시민들 차 놓고 대중교통으로 몰려 운행지연
- “평소보다 일찍 나왔지만 지각” 억울함 호소


[헤럴드경제=원호연ㆍ이현정ㆍ이원율 기자]대한(大寒)인 20일 밤새 10㎝ 이상 내린 눈이 도로에 쌓이면서 수도권 아침 출근길은 지옥길로 변했다. 대다수 시민들이 빙판길로 변한 도로를 운전해 출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몰렸다. 지하철이 지연되거나 버스가 거북이걸음을 하면서 지각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날 갑자기 내린 폭설에 출근길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했다. 운행중인 차량 중에서도 밤새 야외 주차장에 세워졌던 모양인지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쌓인 눈이 흘러내려 시야를 방해하자 도로 중간중간엔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제설작업부터 하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대한인 20일 밤새 내린 폭설로 출근길은 지옥길이 됐다. 운전을 포기한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몰리면서 버스와 지하철은 콩나물시루가 됐다. 이날 아침 시청역을 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 시민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신태영(30) 씨는 20일 오전 출근길에 자신의 차를 타고 나왔다가 회사에 지각하는 낭패를 봤다. 이른 새벽 평소에 비해 차량 운행수는 적었지만 눈길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평소 40분이면 가던 회사를 1시간 30분 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신 씨는 “큰 도로에 쌓인 눈만 어느정도 치워진 상태였지만 큰 길과 연결된 이면도로까지 제설작업을 하는 것은 역부족으로 보였다”며 “폭설이 내리다보니 제설차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도 이내 눈이 쌓여 차들이 속도를 낼 수 없으나 답답했다”고 전했다. 미처 스노타이어를 장착못한 차들은 빙판길에 제동을 하려다 팽팽 도는 모습도 보였다.

택시도 제 구실을 못 하기는 마찬가지. 동작구에 사는 강세진(41)씨는 교통 정체가 우려돼 자가용을 대신 택시를 이용해 출근하려 했지만 30분간 기다리다 결국 버스를 타야만 했다. 강 씨는 “밤새 내린 눈으로 지각이 걱정돼 평소보다 40분 일찍 나왔지만 빈 택시를 볼수 없었다”며 “빙판길을 15분간 걸어 겨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래도 지각을 면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 이모(62)씨는 “새벽 5시에 나와 운행하고 있지만 눈이 너무 많이 와 더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큰 도로는 제설작업으로 그나마 사정이 좋지만 골목길 등 이면도로의 경우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 빙판길이다. 사고 위험도 커 서둘러 귀가할 생각이다”고 했다.

결국 시민들은 버스 정거장과 지하철역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아수라장이었다. 오전 7시30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에는 우산을 쓰거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몇몇 시민들은 발목까지 쌓여있는 눈뭉치를 밟고 비틀거리기 일쑤였다. 시청역 지하철 출입구에서 올라온 시민들은 “와, 아직도 눈이 이렇게 오네”라며 혼잣말로 탄식하기도 했다.

회사원 박경훈(33) 씨는 “차를 몰고 나왔다가 도저히 운전할 상황이 아니라 다시 두고 나왔다”면서 “지하철을 탔는데도 평소 1시간 걸리던게 오늘은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를 몰고 왔으면 아직도 도로 한복판에 있을 것”이라며 “사무실에 연락해보니 다들 기본 20~30분씩은 늦을 것 같다”며 출근길 운전을 포기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 눈치였다.

이날 버스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시민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각 정거장마다 타고 내리는 인원이 많아 버스가 지연되면서 기사들이 승객들에게 빨리 타고 내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아침에 눈 쌓인 모습을 보고 회사에 늦겠다 싶어 머리 손질도 안하고 나왔다”는 회사원 노모(40) 씨는 “평소에는 버스로 30~40분이면 넉넉하게 도착하는데 오늘은 차가 밀릴까봐 30분 가량 일찍 나왔는데도 지각이다”며 “상사에게 지각했다고 한 소리 들을 생각을 하니 억울하다”고 했다.

강남역 버스환승센터 역시 강남 일대와 경기도 남부에서 출근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버스에서 타고내리는 승객들은 눈이 녹은 물로 미끌거리는 승강장에 내리다가 휘청대기도 했다. 이경철(54) 씨는 “원래 동탄 신도시에서 강남역까지 운전해서 오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사고나 정체가 걱정돼서 버스타고 왔다”며 회사로 급한 걸음을 옮겼다. 김용길(50)씨는 “원래는 광역버스타고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데 오늘은 경부고속도로가 훨씬 막힐 것 같아서 신분당선타고 강남역으로 왔다”며 “여기서부터 광화문까지는 버스 탈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까지 서울 주요도로에 쌓인 눈은 6.3cm에 달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있는 제설장비 1052대, 7899명의 인력이 제설 작업에 투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밤새 내린 눈으로 이면도로 등이 매우 미끄럽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결빙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눈이 많이 내린 날은 다른 시민들을 위해 내 집 앞 눈치우기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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