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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愛벌레에 미친 20년 ②]‘영하 50도’에서도 번식하는 곤충 활용…“차세대 금광”
-동물용 사료부터 신약개발 등 다양한 산업 접목 가능
-생물자원도 국가 경쟁…“애벌레 활용 영역 무궁무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인 붉은점모시나비는 영하 50도에서도 알을 낳고 발육을 한다. 붉은점모시나비가 가진 ‘내동결물질’이 극한 추위 속에서도 정상적인 발육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교수는 지난 2006년 6월 원주지방환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멸종위기종인 붉은점모시나비 두 쌍을 채집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허가없이 채집하면 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정도로 귀한 몸(?)이다. 이 교수는 나비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내동결물질을 처음으로 발견했고, 지난해 독일 국제생물환경소재은행학회(ISBER)에 참석해 이 사실을 발표했다.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교수.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 교수는 “붉은점모시나비 얘기를 하면 주위에서는 아메리카들소 등을 예로 들며 추위를 버티는 동물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추위를 견디는 것과 그 속에서 발육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붉은점모시나비의 완벽한 방한 성능을 활용하면 가깝게는 방한용 소재 개발부터 멀리는 냉동 인간의 신체 보존까지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애벌레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지만, 그만큼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존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던 곤충 식량 연구분만 아니라 최근에는 신약과 첨단소재 개발에도 애벌레의 특성을 접목시키고 있다.

이 교수는 다양한 연구분야 중에서도 당장 애벌레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동물용 사료 사업을 꼽았다. 동물용 사료 생산으로 파괴되고 있는 환경 보전과 농어촌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애벌레는 키우기도 쉽고 좁은 장소에서도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며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대부분이 동물용 사료로 쓰이는 상황에서 몸 전체가 단백질인 애벌레를 이용한 사료 사업은 경제성이 높다”고 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교수는 “지구상 생물 중 70%는 곤충일 정도로 애벌레의 영역은 넓다”며 아직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애벌레 분야는 새로운 금광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연구소가 채집해 보존한 국내 나방 표본.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애벌레를 이용한 신약 연구 사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독성 식물을 먹고 자라는 일부 애벌레는 자체 해독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를 이용한 해독제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지구상 생물 중 70%는 곤충일 정도로 애벌레의 영역은 넓다”며 “현재 식물에 집중돼 있는 신약 개발 연구도 점차 애벌레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애벌레를 이용한 신약 개발은 아직 초기단계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다. 이 교수는 “지난 2010년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이제는 신약의 생산지뿐만 아니라 원료의 출신지역까지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신종 생물을 발견해 생물자원 주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대부분 규명된 식물 영역과 비교하면 아직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애벌레 분야는 새로운 금광이나 다름없다”며 “우리나라의 새로운 종을 찾아나서는 사업에 정부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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