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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도로 위 노인들②] 브레이크 밟으려다 가속페달…도로가 불안하다
-2015년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230만명
-사고 2만3036건…유발 사고비중 10% 육박
-정부, 75세 이상 면허갱신주기 5년→3년 단축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지난해 5월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서 73세 운전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 치킨집을 덮쳐 초등학생 2명과 종업원이 크게 다쳤다. 이 고령의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6월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는 한 상가 지하주차장을 나오던 승용차가 편도 2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맞은 편 인도를 지나던 여중생 2명을 들이받았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경찰은 역시 70세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설명=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2015년 229만명에 달하면서 이들이 낸 교통사고 비율도 급상승했다.]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노인들의 교통사고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도로 위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은 불안이 커졌다. 나이가 들면 순간 판단력과 인지 및 반응 속도가 떨어져 사고를 유발하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대형 사고를 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의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5년 2만3063건에 달했다. 2011년 1만3596건에서 매년 증가해 2012년 1만5190건, 2013년 1만7590건, 2014년 2만275건을 기록했다. 5년 새 70%가 증가한 셈이다. 전체 교통사고 중 노인운전자의 교통사고비중도 2011년 6.1%에서 지난해 9.9%로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3029만명) 중 노인 비중이 7.6%(229만명)인 것과 비교해보면 고령자의 사고율(9.9%)이 현저히 높다.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같은 기간 22만1711건에서 23만2035건으로 2.1% 상승해 큰 변동이 없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1년 5229명에서 지난해 4621명으로 5년새 되레11.6% 줄었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는 2011년 605명에서 2015년 815명으로 34.7% 늘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이 신체적 노화에 따른 시력, 청력, 근력 등의 저하로 신호등과 네온 등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차량의 경적을 잘 듣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인 교통사고의 증가는 고령화 속도에 비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노인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마다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2018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75세 이상의 운전자는 면허증 갱신 시 강의를 듣거나 인지 지능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차량에 고령운전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를 붙여야 한다. 영국 이탈리아 등은 70세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도록 했으며 뉴질랜드와 미국은 75세 이상 운전자는 2년마다 도로주행 등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뉴질랜드는 75세가 되면 운전 면허증은 유효기간이 자동 말소되고 만약 계속 운전을 하려면 면허 갱신 신청서와 함께 의료 증명서를 제출해야하는 등 강력한 관리를 하고 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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