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험한 도로 위 노인들①] 느릿느릿 길 건너던 할머니, 결국…고령자 횡단사고 급증
-65세 이상 노인, 도로 횡단 사고 연간 6000건 돌파
-신체능력 떨어지고 법인식 낮아…사망사고 37% 점유
-“보행자 작동신호기 도입ㆍ도심 제한속도 하향 필요”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65세 이상 노인층이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는 사고가 한해 6000건을 넘어섰다. 60대 이후에도 사회 활동과 야외 활동을 활발히 하는 노인층이 늘어났지만 이들의 신체적ㆍ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도로와 신호체계가 갖춰지지 않다 보니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65세 노인이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는 사고가 연 6000건이 넘어섰다. 노인층의 사회활동은 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한 도로 및 신호 체계는 갖춰지지 않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합 데이터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해 65세 이상 노인이 도로 횡단 중 차에 치여 발생한 사고는 3904건에서 꾸준히 늘어 2015년에는 6119건에 달했다. 2014년 4854건에서 1300건 가까이 증가했다. 2012년 51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여 2014년 450명을 기록했던 사망자 역시 2015년에는 다시 507명으로 급증했다.

차도통행이나 가장자리구역 통행 사고까지 확대할 경우 전체 노인 교통사고의 발생건수 중 20%, 사망자의 37% 점유해 노인 통행 중 사고의 심각성은 크다.

지난 3일 제주도 제주시 아라동 5ㆍ16 도로에서는 길을 건너던 강모(74) 할머니가 길을 건너던 중 트럭에 치여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으나 사망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노인층의 도로 보행중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2015년 노인층의 횡단 사고가 급증한 것에 대한 통계적 설명은 찾기 어렵다”면서도 “고령운전자 뿐 아니라 고령 보행자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인층의 보행 중 사고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65세 노인은 10년, 20년 전의 같은 나이 대 노인보다 사회활동이나 야외활동을 하는 비율이 훨씬 높아 교통사고에 노출될 확률도 더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고령층 노동시장 특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년층 근로자의 취업률은 52.4%로 2005년 46.7%에 비해 5.7%포인트 늘어났다. 



노인층은 모든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는 특성 상 교통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고 달려드는 차를 피하기도 힘들다. 교통안전공단의 ‘고령자 교통사고 원인 및 원인별 대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0대의 표준 시력은 30~40대보다 평균 20% 이상 저하되고 65~74세 고령자의 24%, 75세 이상 고령자의 39%가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멀리서 오는 차를 발견하기도 어렵고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듣기도 어렵다 보니 무단횡단을 하기도 쉽고 차를 피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노인층은 녹색신호가 점멸하는 상태에서 횡단을 시작하는 비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비율이 높고 횡단보도에서 3~10m 이상 벗어난 구역에서 횡단을 하는 비율도 2배 이상 높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평균시간도 11.93초로 청년층의 8.98초에 비해 오래 걸렸다.

게다가 노인층은 도로교통법규에 대한 인식이 낮고 오래 거주한 지역의 도로 사정이나 신호체계를 자신이 잘 이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도 많다.

박 교수는 “노인층의 신체적ㆍ인지적 특성을 감안해 횡단보도가 많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차량 흐름을 고려하면 횡단보도를 무턱대고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교통량이 적을 때는 자주 횡단보도에 녹색신호가 들어오게 하는 신호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행자가 작동버튼을 누르면 작동되는 ‘보행자 작동신호기’ 확대 도입도 시급하다.

현재 시속 60㎞로 정해져 있는 도심 제한속도를 50㎞로 낮추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내 국제교통포럼(ITF)이 회원국에 도심권 속도를 시속 50㎞로 정할 것을 권고했다. 사망사고가 급증하는 평균 차량속도가 시속 55.8㎞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시범적으로 세종시 도심 차량 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하고 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