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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 귀국] ‘중도ㆍ빅텐트ㆍMB계ㆍ검증’이 ‘대권 열쇠’…베일벗은 집권전략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첫째,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 둘째, 민주당을 제외하고 여야 정치세력을 망라한 ‘빅텐트’. 셋째, 외교관 라인과 이명박(MB) 정부 출신 사람들. 넷째, 의혹제기와 검증공세에 대한 강력 대응.

12일 귀국과 함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대선전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 양날의 칼

먼저 정치노선에 있어서는 보수색을 빼고 좌우를 아우르는 유연한 중도층 공략 행보를 가져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반 전 총장의 측근들에서도 같은 얘기가 나온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같이 ‘중도’를 표방한 노선은 양날의 칼이다. 확장성과 유연성은 좋지만, 자칫 지도자로서의 뚜렷한 이미지 구축에 실패할 수도 있다. 보수, 진보 지지층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반 전 총장측 인사인 오준 전 유엔 대사는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의 입장을) 외교 안보는 보수이고, 경제는 진보라고 표현하는데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10년 했고, 국내 정치 관점에서는 중도쯤 된다”고 했다. “국내 정치 스펙트럼에서는 보수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의 국회 내 지원그룹로 불리는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우리 반 전 총장의 강점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실용의 개념”이라고 했다.

일단 보수에 거리를 둔 것이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실정이 ‘보수의 책임’ ‘보수의 위기’로 꼽히는 상황에서 ‘보수 여권’ 후보로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반 전 총장이 친박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됐던 점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대신 중도 혹은 진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층이 늘어난 것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중심의 빅텐트=‘새누리당 일부+민주당 비주류+바른정당+국민의당+손학규’

‘중도=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노선은 향후 정치권과의 연대 행보와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그를 지지하는 민주당 주류를 제외한 모든 세력과 반 전 총장이 손을 잡는다는 ‘빅텐트론’이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서 정무쪽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지금 (반 전 총장이) 들어갈 수 있는 정당으로 민주당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그러면 바른정당이 있고, 국민의당이 있고, 새누리당이 있지만 한 정당에 들어가시면 본인이 틀을 스스로 가둬버리는, 좁게 가져가는 측면이 있다”며 일단 특정 정당행에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당, 바른정당,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김종인 민주당 의원, 새누리당 일부 의원 등을 거명하며 “반 전 총장이 두루두루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게 어느 수준의, 소위 ‘빅텐트론’인데, 어느 수준으로 쳐질지 아직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빼고는 다 되느냐”는 질문에는 “새누리당을 전부 배제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뜻도 밝혔다.

▶MB의 사람들

반 전 총장 캠프에 참여하는 인사가 아직 명확히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반 전 총장측의 이도운 대변인은이에 대해 “현재 11명 정도인데 숫자는 유동적”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 캠프의 주요 인사를 외교 인맥과 함께 MB정부출신,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로 꼽고 있다. 이중 김숙ㆍ오준 전 유엔 대사 등 외교관 인맥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이른바 ‘MB의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 출신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 이동관 전 홍보수석 및 정무수석, 김두우 전 정무수석,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반 전 총장 캠프에 합류했거나 합류가 유력한 인사들로 꼽힌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서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 전 대표측과의 경쟁이 더욱 주목된다. 문 전 대표측엔 노무현 정부 인사 출신들이 포진해있다.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간의 대권 경쟁이 각각 이명박-노무현 전 정부간의 대리전과 비난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벌써부터 민주당은 반 전 총장측을 향해 “한마디로 ‘MB의 시즌2’이며, MB그룹(이명박 정부)과 JP(여권 내 충청세력)가 만나는 ‘MJP’연합”이라며 “대단히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측은 향후 문 전 대표측을 겨냥해 ‘친노 패권’이라며 ‘반(反)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혹제기ㆍ검증공세엔 강력대응

반 전 총장의 귀국 하루 전날인 11일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베트남의 랜드마크72 건물 매각과 관련해 뇌물을 주고 받은 혐의로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일각에선 미국 검찰의 수사가 반 전 총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11일(현지시간) 귀국 전 뉴욕 공항에서 “가까운 가족이 연루된 것에 당황스럽고 민망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사법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니까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도 국내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반 전 총장은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을 지켜보고 향후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 전 총장측은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의 몰랐다는 점과 반 전 총장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향후 의혹 제기나 검증 공세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중도 읽힌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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