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세월호 생명권 침해 아냐”
방청객들 544명 몰려 관심 집중
헌법재판소는 5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첫 변론기일에 이어 이날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대리인들의 변론으로 심리를 시작했다.
이날 변론은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 강일원 주심 재판관 등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심판대 앞 왼쪽 청구인석에는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황정근 변호사 등 소추위 대리인단이 자리했고, 맞은편 피청구인석에는 이중환 변호사와 전병관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들이 앉았다.
‘폭풍전야.’ 5일 계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2차 심리에서 원고를 대리해 나온 권성동 국회법사위원장(왼쪽) 박근혜 대통령측 대리인 중 서석구 변호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재판장석에 앉은 박 소장은 “2016헌나1호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을 진행하겠다”며 개정을 알렸다.
이날 변론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를 진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소추위 측은 앞선 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압축해준 5가지 탄핵사유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권성동 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중대한 법을 위반했다. 권한을 남용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상 용납할 수 없거나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국민 신임을 저버렸다”고 했다. 이어 “파면을 결정해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가 다시 회복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추위 측의 발언이 끝나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발언대에 나와 탄핵사유로 제시된 각 사실들을 반박하며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대통령 측은 탄핵사유 5가지를 모두 전면 부인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하면서 각계각층 의견을 들어 정책을 집행했다. 그 과정에서 40년 지인 최순실의 일부 의견 청취해 국정운영에 조금 참고한 사실 있다”며 “그 과정에서 최순실이 개인적 이익 취한 것에 대단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이 조직적으로 국정 운영에 개입하도록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며 해난 사고 특성상 미숙한 대처를 모두 생명권 보호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이날 오전까지도 두 사람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한 상태다. 두 사람은 집을 비우고 전화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으면 두 사람을 증인석에 세울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첫 증인신문부터 파행이 예상된다.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법에 따라 강제구인 조치를 밟을 수 있지만 역시 당사자가 출석요구서를 받았을 때 가능하다. 헌재는 이들이 불출석하면 증인신문 날짜를 다시 잡을 계획이다. 결국 첫날부터 증인들의 비협조로 탄핵심판이 공전하면서 심리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은 최순실 씨 등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오후 3시에 증인신문이 예정된 윤전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출석요구서를 수령한 상태다. 이들은 이날 오전까지 별도의 불출석 입장을 밝히지 않아 출석이 예상되고 있다. 헌재는 이들에게 대통령의 직권남용 의혹,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관여 의혹,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 등에 대해 물을 계획이다.
한편 헌재가 전날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 방청신청을 받은 결과 544명의 시민이 지원했다. 200명이 신청했던 1차변론때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헌재는 이 중 44명을 추첨해 방청권을 배부했다. 이날 현장에서도 10명에게 추가로 방청권을 배부한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