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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장밋빛 미래 열어줄 디지털기술 12가지 흐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지난해말, 아마존의 무인점포 슈퍼마켓이 선보여 화제가 됐다. 슈퍼마켓의 전형적 풍경이랄 계산대 앞에 늘어선 긴 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장을 보는 이들은 필요한 물건을 골라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카드를 꺼낼 필요도 점원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도 없는 스마트한 장보기다. 아마존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기간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시애틀에 문을 열 예정이다.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사람과 감성을 공유하는 감성로봇의 등장도 멀지 않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달이 한층 빨라지는 모양새다. 

[사진=인에비터블/케빈 켈리 지음, 이한음 옮김/청림출판]


세계 최고의 기술 칼럼니스트인 케빈 켈리는 기술의 속도 뿐 아니라 방향성에 주목한다. 그는 신작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청림출판)에서 이 기술이란게 특정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편향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 경향성은 어떤 구체적이거나 특정한 사례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유형의 전반적인 윤곽을 빚어내는 총체적인 힘으로서 존재한다. 그 힘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변화시키면서 나아가기때문에 자장이 만만치 않다. 그가 “30년동안 형성된 디지털 기술의 강력한 조류는 앞으로 30년동안 더 확장되고 확고해진다”고 말하는 이유다.

저자는 향후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금의 풍족함은 20년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미래였다. 그렇다면 시계를 앞으로 돌려 30년 후는 어떨까. 저자는 “인터넷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까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제 시작하기를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다. 30년 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쓰는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아직 이 세상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의 관성에 따라 앞으로 30년이 지속된다면, 30년을 이끌 흐름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앞으로 변화를 일으킬 주요한 힘을 12가지로 설명한다.

‘되어가다’‘인지화하다’‘흐르다’‘화면 보다’‘접근하다’‘공유하다’‘걸러내다’‘뒤섞다’‘상호작용하다’‘추적하다’‘질문하다’‘시작하다’등이다. 이들은 우리가 일하고 놀고 배우고 구매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 거대한 힘이다. 그래서 ‘불가피성’이라 붙였다. 켈리는 점점 가속화하는 이 힘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기술로부터 최대한 혜택을 얻기가 쉬워진다고 말한다.

켈리가 제시한 12가지 흐름(힘)가운데, 관심을 끄는 건 역시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인지화하는 것이다. IBM의 왓슨 같은 인공지능 개발에 해마다 폭발적인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 켈리는 미래의 AI를 인간형 의식을 지닌 독립형 기계나 초지능 같은 것으로 보기 보다 망 형태로 본다.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IQ를 제공하는 웹 서비스 같은 것이다. 이 공짜 IQ를 무언가에 덧붙임으로써 새로운 것을 거의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 인지화한 음악, 인지화한 세탁, 인지화한 부동산, 인지화한 장남감 식이다.

켈리가 꼽은 디지털 기술의 또 다른 주요한 힘인 ‘흐르다’ 현상은 강력하다. 음악은 더이상 스트리밍이 아니면 유통되기 어렵다. 실시간으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디지털화의 복병은 무한 복제다. 공짜이거나 공짜에 가까워지는 경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굳이 돈을 지불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공짜보다 좋은’ 생성적 가치 여덟 가지를 제시한다. ‘직접성’‘개인화’‘해석’‘진품성’‘접근성’‘체현’ 등이다. 가령, 현재 나의 DNA정보를 얻으려면 1만 달러가 들지만 머지않아 100 달러가 될 것이다. 그 다음해에는 보험회사가 공짜로 서열 분석을 제공하게 된다. 서열 사본을 공짜로 얻는 대신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해석하는 일에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소유하지 않고 ‘접근하다’도 현재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흐름 중 하나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자신이 살고 있는 복합주거단지를 통해 들려준다. 복합단지에는 지역가공센터에서 드론이나 자율주행 밴, 자율주행 자전가를 통해 매 시간 물건이 배달되는 자체 노드가 있다. 필요한 것을 알려주면 즉각 배달되고 무엇이든 인쇄할 수 있는 3D인쇄기, 가전제품과 도구가 가득한 창고도 있다. 튀김기를 원하면 한 시간 뒤 도착하고 사용 뒤 세척할 필요도 없다. 원한다면 매일 다른 옷을 입을 수도 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입은 옷을 우편함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소유한 특별한 스마트셔츠에는 칩이 달려 있어서 다음 날이면 세탁, 다림질이 돼 돌아온다.

이런 세상이 벌써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구루가 들려주는 미래는 밝다.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이 열린 문, 더 낮은 문턱 앞에 세계는 서 있다. “오늘이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가장 근사한 날”이라는 켈리의 말은,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가 누구에게나 오는 건 아니란 걸 말해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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