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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에 대한 깊은 오해, 사실은…믿음, 나눔의 상징
[헤럴드경게=함영훈기자] 서양에 임마누엘 칸트가 있다면, 한국엔 닭이 있다. 당연히 닭이 먼저이다.

새벽5시, 어김없이 닭은 홰를 치고, 칸트는 산책을 한다.

닭은 예로부터 새벽이면 때를 맞춰 우는 동물이자 여명(黎明)을 밝히는 상서로운 존재였다. 온양민속박물관에 걸린 100여년전 작품 계명도(鷄鳴圖)는 칸트보다 수만년 먼저 이웃들에게 새벽을 알리고 있는 닭의 노고와 일출을 묘사하고 있다. 목이 비틀릴 지언정 새벽이 오면 닭은 눈을 떴다.
▶계명도
누가 닭을 머리 나쁜 자의 전형이라고 했나.

병신년(丙申年)까지의 닭은 세상물정 모르고 무엇 하나 제 힘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한정치산자 같은 존재라고 치더라도, 정유년(丁酉年) 새해엔 닭을 그렇게 인식해서는 안된다.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

조선 후기 유학자 하달홍(1809~1877)은 ‘축계설(畜鷄說)’에서 한시외전(漢詩外傳)의 고사를 인용해 닭의 다섯가지 덕을 칭송했다.

닭의 5덕은 다양한 작품에서 자주 묘사된다. 19세기 작품 금계도(金鷄圖)는 오동나무 아래 금계(金鷄) 한 쌍이 있고, 물 위의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른 모습과 함께 영지와 산호, 괴석과 구름 등을 배치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계도
자연, 사회,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십이지 신장 중 닭신(酉神)인 ‘미기라 대장(迷企羅 大將,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은 민중의 질병을 고치는 세번째 중요한 존재이다.
▶미기라 대장
17~18세기 활동한 변상벽은 ‘닭’ 그림을 통해 ‘닭은 먹을 것이 있으면 서로 불러 함께 먹는 동물로, 이는 닭의 5덕 중 인(仁)에 해당한다’고 일갈했다. 
▶닭 (변상벽 作)
1904년에 중수(重修)된 강화 관제묘(關帝廟) 대문에는 닭 그림이 그려져 있고, 좌측 상단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時時長鳴福自來(때때로 길게 우니 복이 저절로 오네).’

닭은 믿음과 나눔, 웰빙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다.

치킨은 캔터키의 것이 아니라, 지금 세계가 따라하는 대한민국 최고 음식문화 중 하나로 우뚝 섰다.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대한민국의 치맥을 세계적 음식 문화 반열에 올렸다.
▶드라마 ‘별 그대’ 속 치킨 먹는 전지현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은 ‘치맥과 삼계탕 등 닭 요리는 이제 우리 음식 문화의 아이콘’이라고 강조한다.

연적, 종묘 제례의 제기(祭器), 새해 액(厄)을 쫓고 복을 빌기 위한 벽장 목판 등에서도 닭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닭은 호랑이, 사자, 개와 동급의 상서로운 일을 부르고 사악한 것을 차단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띠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닭의 모든 것을 국민과 공유하는 ‘정유년 새해를 맞다’ 특별전을 오는 2월 20일까지 기획전시실Ⅱ에서 연다. 전시회를 보고 석학, 학예사들의 설명을 듣고 나면, 닭 앞에서 숙연해지고, 정유년에 더불어 함께 사는 덕목을 되새길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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