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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경제-현대경제연구원 월례좌담회] “무턱댄 출산장려보다 좋은제도 활용안부터 세워라”
출산율 2.1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 
주제별 결산 세미나<끝>



한국 사회는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68명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치이자 최하위인 포르투갈(1.23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의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3만1600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3.9%나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3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줄어들어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연간 출생아 수는 41만300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시행 첫 해를 맞이한 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2016~2020년)의 정책적 효과가 발휘되기엔 시간이 이르다 해도 심각한 상황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출산율 2.1 시대를 위한 정책 과제’를 주제로 연중 진행된 좌담회를 결산하는 세미나가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결산 세미나에는 (왼쪽부터)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자녀수 따라 금융·주택 차별 지원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
가정환경·소득별 선별적 무상교육 필요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연금기간 인정 ‘크레딧 제도’ 활용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일·가정 양립 기업문화 개선부터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저출산 대책 실용성 있게 정비를

이동욱 복지부 인구정책실장
사회전반의 참여 효율성 높여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은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이라는 주제 아래 심각한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의 현황에 대해 되짚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논의해왔다. 지난 10년간의 저출산 기본계획을 평가한 4월 첫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재 시행 중인 ‘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과 특징에 대해 분석하고, 가능성에 대해 평가했다. 그동안 논의된 사항을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일곱번째 좌담회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는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중원대 아동보육상담학과 교수),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사회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주택ㆍ일자리ㆍ보육ㆍ일가정 양립 분야 전문가로서 현재의 저출산 정책을 살펴봤을 때 개선해야 할 구체적인 지점이 있다면.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현재 우리나라의 결혼, 출산 관련 주거정책은 청년, 신혼부부(결혼 후 5년 이내), 다자녀가구가 대상이다. 즉, 결혼 후 5년 이내 주거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세자녀 이상을 출산하지 않는 한 출산관련 주거지원 정책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결혼 후 자녀가 없는 단계부터 출산 자녀수에 따라 적절한 주거지원이 ‘사다리’ 형태로 연결되는 것이 출산을 고려하는 가정에는 보다 효과적인 지원 방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결혼 이후 자녀수에 따라 ‘금융지원→공공임대→공공분양 및 생애최초 주택’으로 이어지는 방안을 제안한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무상보육 개념에 대해 우선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 계층 대상 무상보육(누리과정)의 효율성에 대해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일본,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호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부모의 소득수준과 취업, 학업 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별적으로 무상보육을 지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현행 12시간의 무상 기본보육 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연장 보육 4시간은 소득 및 가정 환경에 따라 정부가 선별적으로 지원할 때 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새로운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률을 제고하

기 위해 도입했다 사장된 좋은 제도들을 재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이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출산크레딧’ 제도다. 지난 2008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둘째 이상의 자녀를 낳거나 입양한 가입자에게 둘째 아동부터 출산(또는 입양) 자녀의 수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50개월까지 추가로 인정해준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유연근무제나 시차 출ㆍ퇴근제와 같이 기존에 도입된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들이 제대로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의 개선부터 이뤄져야만 한다. 아직까지 ‘면대면’ 근무가 일상적인 한국 사회에선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등을 할 경우 고과나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다보니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현장에서는 장시간 근로로 인해 출산ㆍ육아에 차질을 빚지만 회사에 나오려 하는 것이며, 결국 경력단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강 원장=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이 과거 정책이 놓치고 있었던 사회구조 및 문화적 측면과 같은 거시적 대책까지 잘 포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출산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등 저출산 문제는 심화되는 분위기다. 기존에 제시된 정책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김상호 원장=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에 포함된 저출산 대책은 총 79개에 이른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개수 채우기식으로 각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존 대책들이 이름만 바꿔 들어온 경우가 많다. 각 정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임팩트’가 없는 정책들은 과감히 들어내는 등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부터 실시하는 ‘인구영향평가’ 제도의 안착이 중요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 가운데는 기존에 실시하던 복지정책을 제외하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 과녁을 향해 기관총을 쏴 어느 한 가지라도 맞을 것이란 생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앞으로의 정부 정책은 최소한의 공격으로 원하는 목표에 명중시킬 수 있는 저격총(스나이퍼) 방식으로 입안되어야 할 것이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최근 저출산 추세에 대응하는 세계 각국의 정책을 살펴보면 복지, 경제, 문화, 인식개선 정책등을 종합한 거시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엄밀히 봤을 때 저출산 문제의 극복을 위한 최종적인 노력은 부부의 사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정부는 각종 사회적 요소와 관련된 정책을 실시해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주요 임무다. 복잡한 요소가 개입되는 만큼 정책 역시 다양한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여러 분야에서 제시된 저출산 정책 가운데 해결이 시급한 부분을 먼저 집행하는 등의 조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강 원장=거의 1년에 걸쳐 저출산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논의한 것은 이번 기회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같은 사회적인 관심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 실장=저출산 대책을 위한 지역협의체를 방문해보면 많은 시민들이 저출산을 극복해야한다는 목표의식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임기 남녀를 제외한 노년층의 경우 이 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를 자주 접했다. 저출산 정책은 직접 출산 행위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각 기업체 사장들은 직원들의 육아휴직과 유연근무를 장려하고, 자녀나 손주들이 출산했을 때 육아에 동참함으로써 젊은층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각자가 쉽게 할 수 있는 저출산 대책이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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