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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에 목매는 한국경제] “내년 예산 집행도 하기전에 또 추경?…임시 땜질 잦으면 일본꼴 난다“
[헤럴드경제=이해준ㆍ배문숙 기자] 내년 예산안을 집행도 하기 전에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추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추경론을 제기한데 이어, 정치권에선 새해 2월 시한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부도 내년초 경기상황을 지켜본 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추경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나 정치권이 다른 정책적 대안을 고민하지 않고 돈을 풀어 성장률 수치만 끌어올리려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경제 체질개선을 위한 개혁과 부실ㆍ취약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고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채 ‘땜질식 처방’에 의존할 경우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추경론은 미 금리인상과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로 경제정책이 혼돈에 빠지자 급격히 확산됐다. 지난 23일 긴급 민생경제현안 당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예산 조기집행만 갖고는 내년 경제전망이 썩 희망적이지 않다”면서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추경론이 확산되자 기획재정부는 당혹해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구조조정 관계장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당에서 (추경을) 강력히 요청했고, 저희도 그것을 포함해 필요하면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2월에 하는 방안을 강력히 검토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1분기 실적을 보고 편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경제가 내년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새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추경론에 휩싸인 것은 정부의 경기예측 및 대응능력이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재정에 의존하는 현상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 우리경제의 자생적 회복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추경은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을 정부가 집행하는 과정에 새 변수가 생겨 기존 예산안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이다. 하지만 추경이 남발돼 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07년 국가재정법을 제정해 그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올해까지 4년 동안 2014년을 제외하고 3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이전 이명박 정부 때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과 2009년 두차례 편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 정부 들어 거의 연례적으로 추경을 편성했지만 경제상황은 개선흐름을 보이지 못한 채 더 악화됐고, 추경 편성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국가재정법은 사문화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20년전 일본이 구조개혁을 미루고 임기응변식 경기부양에 매달리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며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한다. 돈을 푸는 손쉬운 방안에 매달리기보다 근본적인 체질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추경을 하려면 구체적인 용도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돈을 풀겠다는 것”이라며 “구조조정 기업들을 살리는 구제금융으로 쓰면 안된다. 이는 깨진 독에 물만 부는 셈”이라고 정부의 태도를 질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내년 재정 조기집행 계획도 나왔으니 그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매년 추경을 하다 보면 정책효과는 떨어지고 국가 부채만 늘어날 수 있으므로 추경 편성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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