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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쇠죽한우는 마블링 적다고? ‘건강 식재료’ 그 이상의 가치”
일반 사료를 먹여 키운 소가 아닌 풀을 먹여 키운 소가 있다. ‘쇠죽한우’다.

풀, 즉 옛 조상들의 방식대로 여물을 끓여 이른바 ‘쇠죽’을 만들어 먹인 소에게서 얻은 고기는 기름기가 적다. 하얀 마블링(지방)이 잔뜩 껴 있는 일반 한우와는 확연히 다르다. 수입산 곡물 사료가 아닌 자연에서 난 풀을 섭취한 소인 만큼 건강에도 좋다. 우리 몸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오메가6 함유량이 일반 쇠고기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쇠죽한우의 진가는 ‘건강한 식재료’ 그 이상에 있다.

반얀트리 클럽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의 식음료 이사 강레오 셰프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GMO(유전자변형식품) 곡물을 섭취한 가축의 변은 무척 독하지만, 여물을 쒀 쇠죽을 먹인 소의 변은 땅을 기름지게 만든다”면서 “좋은 농산물을 얻으려면 가축을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 건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쇠죽한우의 진가, 이는 건강한 쇠고기를 얻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시킨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남는 쌀을 여물로 만들면 곡물 활용량은 높이고 사료값은 줄일 수 있다. 또 쓰면 쓸수록 땅을 안좋게 만드는 화학 비료 대신 소에게서 얻은 분뇨를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농지도 비옥하게 만들 수 있다.

강 셰프는 “건강하게 키운 가축이 땅을 기름지게 하고, 깨끗한 땅이 다시 우리에게 건강한 식재료를 준다는 건 아주 간단한 이치”라며 “농심(農心)이란 것이 결국 땅과 가축, 식재료를 중시 여기며 부단한 노력을 통해 건강함과 깨끗함을 지켜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농가로서도 ‘남는 장사’다. 마블링이 잔뜩 낀 한우는 기름을 제거하면 실제 쓸 수 있는 고기양이 전체 소의 30%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쇠죽한우는 70% 이상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료값도 일반 한우를 키우는 것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어서 부담이 덜하다. 강 셰프도 “공장형 사육을 하면 얼마든지 빠르게, 많이 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농심을 지키는 이들이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셰프는 “가락동이나 노량진에 가면 쇠고기의 무게나 신선도에 대해서만 얘기가 나오지만, 농심을 지키는 이들과 만나면 한 해 사육, 한 해 농사 얘기가 쏟아진다”면서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접시까지 담겨 올라오니,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도 고기 한 조각, 채소 한 조각도 귀하게 생각하시며 남김없이 드시더라”고 덧붙였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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