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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불확실의 시대, 연말 휴가 떠나는 김대리
‘불확실’의 시대다. 정치는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한치앞도 예상하기 힘든 혼돈 그 자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오랜 저금리 시대의 종말이 가져올 공포가 가계와 기업, 정부를 휘감고 있다.

대외 환경은 더욱 불확실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시진핑 중국 주석, 아베 일본 총리,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까지 어디로 튈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

10여년 전 문학, 예술계의 유행이던 ‘포스트 모더니즘’, 즉 참과 거짓, 선과 악 등 절대치로 생각했던 모든 것이 부정되는 혼돈의 세상이 이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지난 19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서도 불과 얼마 전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부정되고 있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한 때 ‘종교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종교, 종파들로 넘처났던 우리나라에서 이제 무교 인구가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10대와 20대에서는 무교 인구가 60%를 넘었다.

결혼 정년기인 30대에서 미혼자의 비율도 31%에 달한다. 심지어 40대 미혼 비율도 13%다. 결혼 역시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 것이다.

절대자의 절대가치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자녀와 배우자를 위해 나를 헌신하는 전통적인 가치의 삶이 의심받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의 시대에서는 전통적인 권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산업화 시대 ‘잘 살아 보세’나, 적성국 북한의 지배논리까지 용인했던 민주화 이데올로기는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 소리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가치를 내걸고 ‘나를 따르라’며 70년대와 80년대를 이끌었던 하방식 리더십으로는, 전통적인 가치를 부정하고 개인을 앞세우는 새 시대를 감당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불확실 시대를 맞은 정치인과 리더들은 초초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뭔가 자신이 나서서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라와 사회를 구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더전투적으로 상대를 헐뜯고 욕하기 바쁘다. 전형적인 과거의 하방식 리더십으로, 불확실이 가득찬 새 시대를 이끌겠다는 시도다.

올해 많은 기업들은 연말 종무식을 휴가로 대신하고 있다. 12월 마지막 주를 내년 고민이 아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채우겠다는 새로운 인사 경영이 요 몇년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는 덕택이다.

이제 우리 정치와 사회도 이런 여유가 필요할 지 모른다. 불확실을 걷어낼 수 있는 묘수는 연말까지 술과 일로 찌든 몸과 마음보다는 휴식 뒤 맑아진 몸과 마음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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