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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서두른 교육공무직법, 현장에 생채기만
지난주 서울시내 교사들 사이에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글 하나가 돌았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공무직법(학교비정규직법)’을 통해 학교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곧 교사로 임용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해당 법안의 특정 부분만이 과장된 내용이었지만 이를 전해 들은 교사 사회에선 집단 행동에 나서야 하는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몇몇 학교에선 해당 법안에 대한 설명이 담긴 공문이 교사들에게 공람되는 것이 차단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공무직 직원들에게 직접 항의하고 나서는 등 일선 학교에선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교육공무직법은 일선 학교에서 정규직 공무원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급식조리원, 교무보조원, 돌봄전담사, 특수교육보조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은 전국 초ㆍ중ㆍ고교에 약 14만1000여명(4월 기준)이 근무하고 있다.

유 의원이 발의한 법안 중 교직사회가 특히 문제를 삼은 것은 부칙 제2조 4항 ‘사용자는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관계 법령을 준수해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된 부분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곧장 “공정한 교사임용시험 및 교직 전문성을 훼손하는 교육공무직법 부칙 조항을 즉각 폐기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현대판 음서제 정유라법’으로 규정해 법안 폐기 청원이 줄을 이었고, 유 의원과 법안 발의에 동참한 동료 의원들에게는 비난 댓글과 비판 전화가 폭주했다. 이 사이 학교 현장에선 교사ㆍ예비교사와 교육공무직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갔다.

결국 유 의원은 법안 수정을 통해 문제가 된 부칙을 빼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해당 법안 발의를 취소하고 사과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나서 교사, 임용 시험 수험생, 사범대 학생 등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을 추진한 것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 의견수렴절차를 건너뛴 결과 교사엔 ‘역차별’, 비정규직에겐 또 한번의 ‘좌절’, 학교 현장엔 ‘갈등의 씨앗’이란 문제점만을 남겼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라도,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충분한 검토와 절차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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