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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부 사찰의혹 일파만파…법원, 진위여부 촉각
조환규 사장 문건폭로 후폭풍

“청와대의 법원 통제 반헌법적

정황 명확해지면 강력히 대응”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68·사법연수원2기) 등 법관들의 일상을 광범위하게 사찰(伺察)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원은 진위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은 국정조사와 특검수사에서 사찰 정황이 명확해지면 강력한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청와대의 법관 사찰 의혹이 제기된 건 15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서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등산 등 일상생활을 낱낱이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 있다”며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 모든 간부들을 사찰한 명백한 증거”라고 폭로했다.

조 전 사장이 공개한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과 시간 중 등산을 떠난다’는 보도가 예상되자, 일과 종료 후 출발하고 있다고 해명했고 당혹감이 역력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춘천지법원장이 관용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 등에 대놓고 지원을 요청해 눈총을 받고 있다”고도 적혀있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통상적인 기관별 동향보고 수준이어서 사찰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양 대법원장의 등산 관련한 정보는 굳이 대법원장을 사찰하지 않고도 법조계의 풍문을 수집해 알아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사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청와대가 법원을 통제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사찰 의혹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법원은 진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조병구(42·사법연수원28기) 대법원 공보관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명확히 밝혀진게 없기에 확정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문건 작성 주체가 확실히 밝혀지면 관련 법령 위반되는 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사안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관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이 실제 이뤄졌다면, 이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는 법원을 구현하고자 하는 헌법정신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범위한 법관 사찰 의혹이 터져나오자 일선 판사들은 술렁이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찰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안사건 재판 등을 할 때 정부가 다 들여다 봤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사실로 밝혀지면 재판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판사는 “특검수사나 국정조사를 통해 해당 문건의 작성자, 법원 내부의 내밀한 정보까지 보고됐는지 여부 등을 추가로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사법부를 사찰했다는 논란이 불거진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김영삼 정부가 불법도청 전담조직 ‘미림팀’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전현직 법관들도 도감청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BBK 사건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정원 요원이 해당 사건 재판을 사찰하려다 덜미를 잡힌 적도 있었다. 이 국정원 요원은 소송을 맡은 판사에게 전화해 재판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재판부가 난색을 표하자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자를 사칭해 재판을 참관하려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재판부는 당시 법정에서 “국정원 연락관이라 했는데 (대통령) 개인 사건에 국정원이 전화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꾸짖기도 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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