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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울산 군부대 폭발사고는 인재…폭발 정황은 여전히 미스터리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13일 발생한 울산 예비군훈련부대 폭발사고는 인재로 확인됐다.

사건을 요약하면, 탄약담당 이모 중사가 훈련용 폭음통을 소모해야 해 대대장 허락을 받고 ‘소모’에 나섰지만, “비 오는 날 여러 차례 나눠서 소모하라”는 대대장 지시와 달리 폭음통 내 화약만 분리해 방치했다가 폭발했고, 결국 근처를 지나다니던 23명의 장병들이 다쳤다.

폭발 장면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사고 피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중상을 당한 이모(21) 병사는 발목이 골절됐고, 안면부에는 화상을 입었으며, 발가락 3개가 절단됐다.

헌병대는 14일 수사 결과에 대해 공식 브리핑했지만, 발표 내용은 여전히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헌병대는 탄약관인 이모 중사가 폭음통에서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린 것으로 결론내렸지만, 폭발은 시가지 전투훈련장의 한 모의건물에서 발생했다.

만약 이 중사가 화약을 길 바닥에 버렸다면 훈련장의 모의건물이 폭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 중사가 화약을 전투훈련장의 모의건물 바닥에 버렸다고 해도 의혹은 계속 남는다.

왜냐하면 헌병대는 폭발 원인에 대해 병사들이 들고 다니던 삽, 갈퀴 등이 바닥의 화약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들고 다니던 삽 등이 바닥의 화약에 부딪혀 폭발이 일어났다면, 탄약관인 이 중사는 화약을 길 바닥에 버렸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투훈련장의 모의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난 이유는 설명이 안 된다.

즉, 헌병대의 ‘이 중사가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렸다’는 발표가 사실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헌병대가 말한 바닥이 길 바닥인 경우, 모의건물에서 폭발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그 바닥이 모의건물 바닥이라면 발화점이 병사들의 삽이나 갈퀴라는 헌병대 발표가 모순에 빠진다.

또한 만약 길 바닥에 화약이 뿌려진 가운데 병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삽이나 갈퀴로 그걸 긁고 지나갔다는 설명 또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병사들이 일부러 위험을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헌병대 발표로 부상당한 병사들은 피해자이면서 스스로 사고를 자초한 가해자가 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군 수사당국이 사건 축소 및 은폐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육군 53사단 헌병대는 1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을 열고 ‘부대 탄약관인 이모 중사 등으로부터 자백을 받았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영호 헌병대장(육군중령)은 “사고 후 ‘12월 1일 장병들이 훈련용 폭음통 화약을 분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 부대 탄약관인 이모 중사 등을 추궁했다”면서 “이 중사는 처음에 ‘부대 도로 등에 던져서 폭약통을 소모했다’고 허위 진술했으나, 이후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렸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정 헌병대장은 “이 중사는 훈련일지에 폭음통을 제대로 소모한 것처럼 허위 기재한 뒤 정보작전과장에게 ‘탄약 검열에 대비해 폭음통을 소모해야 한다’고 알렸다”며 “이런 보고를 받은 대대장은 폭음통의 폭발력 등 위험을 알면서도 ‘비 오는 날 여러 차례 나눠서 소모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중사는 폭음통을 일일이 터트리는 대신 화약을 따로 분리해 폐기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중사는 부대 소대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소대장은 12월 1일 시가지 전투장 내 한 구조물 옆에서 사병 4명의 도움을 받아 폭음통 1600여개의 화약을 추출해 바닥에 버렸다. 당시 이 중사는 근처에서 다른 볼일을 봤다.

약 5㎏의 화약이 바닥에 흩어져 방치된 상황에서 이런 사실을 모르는 병사들이 13일 오전 낙엽 청소 후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전투장 옆으로 지나는 길은 비포장이고 내리막길이어서 병사들은 열을 맞추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했다.

이때 손에 들고 있던 갈퀴나 삽 등이 바닥을 긁었거나 충격하면서 정전기가 발생해 다량의 화약에 점화된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병사 다수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섬광, 열기, 충격파를 느끼고 쓰러졌다.

헌병대는 “지휘관인 대대장, 정보작전과장, 소대장, 탄약관 등을 모두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육군이 6명이라고 발표했던 부상자는 10명으로 늘었다. 군은 4명의 고막 파열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발목 골절과 안면부 화상으로 중상자로 분류됐던 이모(21) 병사는 발가락 3개가 절단됐다고 군은 밝혔다.

훈련용 폭음통은 길이 5㎝, 지름 1.5㎝ 크기에 7㎝짜리 도화선이 달린 교보재로, 불을 붙여 던지면 포탄이나 수류탄이 터지는 소음을 낼 수 있어 각종 군 훈련에서사용된다.

헌병대에 따르면 이 폭음탄 1개에는 3g가량의 저성능 화약이 들어있다.

이 화약은 25m 떨어진 곳에서 터질 때 103㏈의 소음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의 폭발력을 지닌다. 불을 붙이면 초당 400m 타고 들어가는 성질을 가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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