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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규의 제약 이야기] ‘M&A’, 글로벌제약사로 가기 위한 하이패스
-주요 다국적제약사들, 적극적 인수합병 통해 글로벌제약사로 도약

-반면 한국 제약ㆍ바이오 분야의 M&A는 부진, 제도적개선 요구돼

-산업 규모 작고 오너경영 기업 많아 M&A대해 부정적인 분위기 탓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내년 1월 1일부로 LG화학에 인수합병되는 ‘LG생명과학’은 2016년이 끝나면서 그 이름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당장 LG생명과학 입장에서야 아쉬움이 남겠지만 LG는 제약바이오 분야에 있어 이번 인수합병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제약사에게 M&A(인수합병)은 아직 낯선 환경이지만 글로벌제약사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성장통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제약사들, 기업 역사는 곧 ‘M&A 히스토리’=한국 제약기업에게 M&A라는 개념이 익숙해진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글로벌제약사들의 역사에 있어 M&A는 빼놓을 수 없는 변화의 한 축이었다.

[사진설명=국내 제약업계도 글로벌제약으로 도약키 위해선 인수합병을 통한 적절한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A 이미지.]


우선 글로벌제약 ‘화이자’가 오랜 기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바로 M&A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이자는 지난 2000년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를 얻기 위해 워너램버트사를 1118억달러(120조원)에,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를 얻기 위해 600억달러(70조원)를 투자해 파마시아를 인수했다. 이후 2015년에는 152억달러를 들여 호스피라를 매입했다.

글로벌제약사 1위인 노바티스는 안과 관련 세계 최대 제약사인 알콘을 지난 2010년 393억달러(40조원)에 인수한 것이 1위 제약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계기였다.

사노피는 프랑스 주요 제약사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사노피는 2004년 아벤티스를 650억달러(70조원) 금액으로 인수했고 미국 바이오회사 젠자임을 얻기 위해 2011년 2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로슈는 작은 M&A만을 지속해오다가 2009년 제넨텍을 468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글로벌제약사 5위 안에 들게 됐다.

이 밖에 아스트라제네카는 메디뮨을 17조원에 인수하며 바이오분야 사업을 확대했고 GSK 역시 영국 내 우량 제약사들을 합병하거나 인수하면서 그 사이즈를 키워왔다.

글로벌 10위 제약사 중 유일한 제네릭 회사인 테바의 성장 역시 공격적인 M&A의 결과에 의한 것이다. 초기 이스라엘 내 기업들이 합병하면서 성장하다가 2015년 엘러간의 제네릭 사업분야를 45조 이상에 매입하면서 몸집이 급격히 커졌다.

▶제약사들의 M&A, 전략적인 선택=이처럼 글로벌제약사들이 타 산업에 비해 적극적으로 M&A를 하는 이유는 제약산업의 특징 때문이다. 제약산업은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을 위해 약가를 낮출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신약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는 이상 경쟁에서 어려움이 생기게 되는 구조다. 때문에 글로벌제약사들은 자사가 보유한 제품과 경쟁이 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쓴다.

또 자체 보유한 파이프라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은 기업들을 인수하는 방식도 쓴다. 신약 개발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초기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기술력을 가진 가능성 있는 벤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조영국 글로벌벤처네트워크 대표는 ‘제약바이오분야 M&A 동향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제약사들은 기존 약물의 특허가 끝나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 방법을 활용한다”며 “화이자의 워너램버트, 파마시아 인수나 노바티스가 알콘을 인수한 경우가 그렇다”고 했다.

기존 사업이 아닌 신기술, 신사업 분야 확보를 위해서도 M&A는 활용되는 방법이다. 사노피의 젠자임, 로슈의 제넨텍 인수가 그런 경우다. 글로벌제약사들의 M&A는 앞으로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표는 “2015년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있었던 바이오업종 관련 전략적 제휴는 173건, 규모로는 55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며 “2016년에는 그보다 더 많은 M&A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는 M&A에 소극적…피하지 말고 활용전략 전환을=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에서 M&A는 아직 생소하면서 부진한 영역이다. 우선 국내 제약산업의 규모가 기업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질만큼 크지 않다. 더구나 한국 제약산업은 그동안 제네릭 사업 위주로 성장해 기업간 인수합병이 많지 않았다. 즉 기업간 품목에 큰 차별성이 없어 합병을 하더라도 상호간 시너지가 크지 않다.

여기에 다수의 제약기업들이 가족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는 분위기란 점도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요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 제약업계에서는 M&A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너십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적절한 가치에 회사를 넘겨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작더라도 내 가족이 경영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편 바이오산업 자체가 성장 초기인 만큼 각 기업은 자리를 잡기에 급급해 다른 회사를 투자하거나 인수할만큼 그 규모가 아직 작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제약사들의 예를 통해 확인했듯이 제약사의 성장에 있어 M&A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이자 잘 활용해야 할 전략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제약사에 개발 중인 물질을 기술수출하는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는데 이 방법도 좋지만 가능성이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신약개발, 사업다각화, 기업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고 이런 방식이 제약업계에서 외치고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최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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