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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위 무법자①] 오토바이 ‘불법 질주ㆍ주정차’ 만연…보행이 불안하다
-오토바이 인도 위 점령…보행방해에 안전 위협

-단속권한 경찰만…자치구는 민원 쏟아져도 계도뿐

-서울시, 관련법 개정 요구…주차장 확대 검토도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지난 7일 서울 중구 동대문시장 인도는 불법으로 세워진 오토바이로 점령됐다. 빼곡하게 주차된 오토바이 탓에 유모차나 리어카를 미는 행인들은 위태롭게 걸음을 뗐다.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난장판이 된 인도 위를 난폭하게 곡예를 하듯 유유히 지나갔다. 그들에게 이미 인도는 도로 그 이상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경적을 올리고 인도 한복판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자리를 비우는 운전자들도 많았다.

3세 아이와 외출에 나선 주부 송모(36) 씨는 “인도가 자기 전용 주차장인 것처럼 오토바이를 세우고 가도 단속반은 뭘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인도 위 불법 주정차한 오토바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는 통행방해와 함께 교통사고 유발 등에서 문제가 된다.

오토바이가 서울 시내 곳곳의 보행로를 점령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민원으로 고민을 하는 자치구들은 이를 단속할 권한이 없다. 경찰은 단속 인원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범칙금 부과가 어렵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단속 체계가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꼬집는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이륜차 불법 주정차와 인도 주행에 대한 단속 권한은 경찰청만 갖고 있다. 이를 어기면 4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매긴다. 오토바이가 인도에서 행인을 위협하거나 불법 주정차를 해도 자치구가 계도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찰이 나서도 단속은 쉽지 않다. 과태료와 달리 범칙금은 당사자에게만 부과할 수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한 오토바이만 있을 때는 번호판, 사업번호 등을 조회해 주인을 호출한다”면서도 “오토바이 주인이 현장에 없다면 즉각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오토바이를 비롯한 이륜차 불법 주정차 적발 건수는 745건에 불과했다. 인도를 주행하는 이륜차 단속은 1만7118건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불법 주정차와 인도 주행 단속은 각각 734건, 1만3123건으로 집계됐다. 인도 주행은 현장에서 운전자를 잡을 수 있지만, 불법 주정차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의미다.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 단속 기준 자체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 피해는 온전히 보행자에게 전가된다. 통행방해는 물론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토바이가 인도 위에 오르는 것부터 문제”라며 “단속 체계를 세분화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인도 위 불법 주행을 하고 있다.

자치구는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의 직접 단속은 어렵지만, ‘불법 적치물’로 간주해 우회 처벌 할 수 있다. 다만 오토바이 외에 불법 적치물이 많고 반발이 심해 단속 표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불법 적치물로) 단속할 수는 있지만, 대개 음식점에서 관리하는 생계형 오토바이인 만큼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며 “오토바이가 왜 불법 적치물이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자체에도 오토바이(이륜차)에 관한 단속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치구가 단속하면 운전자가 없어도 번호판만으로 주인을 찾아 과태료를 매길 수 있고 자동차 단속인원을 활용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몇년째 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여전히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오토바이 주차공간을 늘려 불법 주정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노력은 진행형이다. 앞서 2012년 시내 11곳에 오토바이 주차장 251면을 시범 도입했다. 또 도로 폭을 조정해 만든 이륜차용 ‘포켓 주차장’ 151면을 설치했다. 적절한 장소를 찾아 주차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 개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양원 영산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도로교통법 내 모호한 표현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처럼 경찰과 자치구가 협력해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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