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특히 박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주시한 대목은 ‘아웃사이더들의 반란’ ‘피플파워’로 요약된다. 최고권좌를 권력에서 ‘축출’(ouster)한 것은 검사도, 정치인들도 아닌 일반 시민들이라는 것이다. 6차례에 걸친 대규모 촛불집회와 인간 띠 잇기는 전세계가 놀랐고, 국회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탄핵안 발의를 촉구하며 적극적인 청원활동을 벌이는 시민들의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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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은 이를 놓고 “피플파워”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30년 전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몰아냈던 민주혁명에 빗댄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마이클 휴먼 칼럼니스트도 촛불시위에 대해 “한국은 수십년 동안의 투쟁 끝에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경제발전에 걸맞는 정치적인 정치자유를 얻어냈다”며 “그 성취를 정치지도자들에게도 공유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통치집단이 아닌 민중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수사 및 탄핵 발의는 국민들의 분노에 힘입어 진행될 수 있었다. 검찰은 최순실 관련 사건이 배당돼 수사가 시작된 지 21일 만에 압수수색을 시작했고,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득과 실을 따지느라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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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은 지난 11월 7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윗전으로 모시는 듯한 검찰의 사진을 공개한 조선일보의 1면 기사를 기사에 싣고 “이 사진 한장으로 믿음직스럽지 못한 검찰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고조돼 수사가 어려워졌다. 건전한 일이었다”라는 투자회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산케이 신문은 특히 “한국은 법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정에 의한 정치로 움직인다”라며 “검찰이나 국회가 아닌 촛불시위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건 문제”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사진=니혼게이자이 신문 캡쳐] |
미국 워터게이트 사태는 말그대로 미국의 ‘양심적 엘리트’들이 펼친 ‘대의 민주주의’ 덕분에 해결될 수 있었다.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의 내부고발, 언론의 폭로 및 심층보도, 상ㆍ하원에서 2년 간 진행한 청문회, ‘대통령의 특권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 높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특권을 제한한 대법원 등이 없었다면 닉슨 전 대통령의 불명예 사퇴는 있을 수 없었다.
일본의 록히드 사건도 마찬가지다. 미국 공청회에서 록히드가 일본정부 관계자들에게 거액에 뇌물을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자 일본 국회가 발칵 뒤집혔다. 더구나 총리직에서 사퇴한지 얼마 안 된 다나카 가쿠에이도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는 즉각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고, 당시 총리는 검찰에 수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특수부는 수사 지시를 받은지 6개월 만에 사상 처음으로 전직 총리를 구속했다. 검찰은 다나카에게 정보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체포 전날까지 법무장관에게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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