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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헌법 1조 2항, 구현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마지막 수단은 대국민 담화 발표가 아니었다. 대국민담화 대신 박 대통령은 여당의 ‘투톱’, 그러니까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자신은 원래부터 새누리당의 당론인 ‘4월 퇴진, 6월 대선’을 생각해왔다며, 만일 그것이 여의치 못하면 탄핵 이후 헌법재판소의 과정에 담담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혹은 사과문을 발표하면, 전국에 모이는 촛불의 개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래서 만일 이번에 또다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면 아마도 민심은 더욱 들끓었을지 모른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 혹은 대통령의 이른바 참모들은 상황 대응에 지극히 미숙했다.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민심을 봐가면서 조금씩 카드를 내놓는 방식이 아니라,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퇴진, 6월 대선’을 제안하려면 2차 담화 정도에서 제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4월 퇴진을 말하면, 이것은 민심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대응이다.

지금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이 지금 돌아가고 있는 탄핵 시계를 멈추고 싶었다면 4월 퇴진이 아니라 즉시 퇴진 혹은 1월 퇴진을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4월 퇴진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다 낡은 LP판이나 돌리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은 왜 지금도 4월 퇴진만을 외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추론할 수 있다. 먼저 꼽을 수 있는 게 이른바 ‘반기문 연관론’이다.

일부에서는 4월 퇴진론이 반기문 총장의 귀국 시기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즉, ‘4월 퇴진, 6월 대선’ 정도는 돼야, 반 총장이 대선 준비를 어느 정도 한 상태에서 선거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반기문 총장이 귀국 후 대선에 출마한다 하더라도 새누리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대선 후보들은 현재 권력을 밟고 일어서야 했다. 그래서 설사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밟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 총장을 준비시키고자 4월 퇴진을 외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특검에 관한 부분이다. 특검의 활동 기간은 대략 3월 말까지다. 박 대통령 측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특검의 수사를 받는 것보다는 현직 대통령의 입장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그래서 특검 수사가 끝난 이후인 4월 퇴진을 주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주장은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야 어떻게 됐든, 박 대통령은 이제 탄핵을 선택한 것 같다. 만일 박 대통령이 탄핵이 가결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이런 선택을 했다면 그건 정말 오판이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비박들만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친박들도 서서히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이유는 바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만일 지난 토요일 232만개의 촛불이 켜지지 않았다면, 비박조차도 4월 퇴진론을 외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여의도에서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원래 주인인 국민이 직접 나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이 지금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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