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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총수 청문회]28년이 지나도 끊지 못한 정경유착의 고리, 투명성으로 깨자
[헤럴드경제=최정호ㆍ배두헌 기자]‘전례 없이 TV로 생방송되는 질문 공세’ 

지난 6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계 수장이 국회에서 나란히 앉아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묘사한 한 외국 언론의 표현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21세기에도 은밀하게 남아있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만천하에 드러냈고, 결국 재계 수장들은 28년만에 다시 국회 증인석에 서야만 했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는 우리 사회와 기업들에게 정경유착 해소라는 큰 과제를 던졌다. 경제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발전했고, 정치도 아시아에서 첫 손가락에 들 정도의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둘 사이의 은밀한 커낵션이라는 구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1988년 ‘5공 청문회’, 그리고 28년 후 ‘최순실 청문회’ 같은 모습은 또 다시 재현될 수 밖에 없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28년만에 재현된 두 청문회를 비교하며 “정경유착 고리의 세습”이라고 지칭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이 나올 수 있느냐,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느냐는 마음으로 국민들은 TV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최순실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정경유착의 근본을 뿌리뽑는 발전의 계기가 되야한다는 의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글로벌 재계 수장을 국회로 불러모은 최순실 사태는 현존하는 권력 실세를 향한 뇌물 또는 보험 성격의 기부 행위, 즉 정경유착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정부와 정치권력은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기업에 손을 벌리고, 또 권력의 힘을 믿은 기업은 이에 굴복해 주머니를 터는 관행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 권력은 불투명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또 기업 역시 불투명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기 일쑤다. 바꿔 말하면 정치권, 기업 모두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도 자연스럽게 끊어질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경유착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뿌리 깊은 것으로, 국정조사에서의 말 한마디로 끝나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내려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따끔한 처벌 등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한 정치 권력,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 그리고 정치와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 확보를 말한 것이다.

우선 기부금, 재단 출연 등의 형태로 기업들을 압박하는 정치 관행의 근절이 필요하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인들의 의지로만 정경유착이 끊어지지 않는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깨끗해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을 내라고 하면 보복을 우려할 수 밖에 없고 또 대항하기도 쉽지 않다”고 선(先)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업 역시 변해야 한다. 오너의 말 한마디만으로 공식, 비공식적으로 돈을 모아 건내고, 사후 감시와 검증은 눈감아버리는, 지금같은 의사결정 시스템으로는 정경유착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4~5년마다 선거로 띄엄띄엄 평가를 받는 정치인들이 단숨에 바뀌는 걸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면 기업은 매일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흥망성쇠가 연결되기 때문에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는 게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왔을 때,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검토하고 의결하는 시스템을 기업들이 구축해야 한다”며 “내부 규정상 ‘이런 시스템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변명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정치권에서도 무리한 요구 하기 어렵다고 점점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전적 해체 주장에 상당수 그룹 총수들이 찬성한 것도 이런 변화의 시작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며 정경유착의 고리에서 환골탈태한 전경련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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