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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총수 청문회]막말, 모욕, 몰아세우기…정치권 舊態 여전했다
-안민석 의원 “머리 굴리지 마라”

-박범계 의원 ”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

-김승연 회장, 1분 발언 위해 720분 대기






[헤럴드경제=조민선ㆍ정태일 기자]‘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초비상 상황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정치권의 막말, 모욕주기, 몰아세우기와 같은 선정적인 구태는 여전히 반복됐다.

몇몇 의원들은 사안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총수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억이 안난다며 답변을 피하자 “이 부회장은 모르는 게 많고 부족한 게 많고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하는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넘기는 게 낫지 않겠냐”고 몰아부쳤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

날카로운 꼬집기, 비판의 장(場)이 돼야 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비아냥, 냉소가 중간중간 튀어나온 것도 정치권의 구태였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오늘 대답한 수준은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다. 그러다 삼성 직원한테 탄핵당한다”며 “똑같은 말만 하는데 ‘돌려막기 재용’, ‘4지선다 재용’이란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다 안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아직 나이가 50세가 안됐는데 동문서답이 버릇이냐. 머리 굴리지 마라. 머리가 안 좋은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답을 회피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횡령, 배임 혐의로 복역한 점을 비꼰 것으로, 박 의원은 또 최 회장에게 “유독 박 대통령의 사랑을 받은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정몽구 회장은 연기를 하는 건지 납득하기 어려운 ‘우이독경’ 수준”이라며 “이럴 정도면 대통령과 소통이 됐겠나 걱정이 될 정도다. 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79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청문회에 출석한 최고령 총수로, 현대차그룹은 이날 국회 주변에 구급차까지 대기시킬 정도로 초긴장 상태였다. 재계 관계자는 “정확한 팩트를 갖고 비판하는건 이해할 수 있는데, 중간중간 의원들의 인격모독성 발언을 들으며 다같이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과 조양호 회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7명 총수들은 5분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 이 잠깐의 발언시간을 위해 정몽구 회장은 540분, 구본무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660분, 김승연 회장은 720분 이상 청문회장에 있어야 했다. 최태원 회장, 신동빈 회장, 허창수 회장은 종료까지 780분 동안 대기했어야 했다.

대신 이들 총수들은 청문회 전체 질문의 70% 이상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되는 것을 지켜보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이날 청문회를 준비했던 재계 안팎에서 총수 9명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 외에는 이렇다할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총수들이 막대한 그룹 매출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 실제 발언 시간을 보면 ‘기회비용’이 매우 컸다는 것도 재계 반응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경영성과에 따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하루로 따져보면 현대차그룹이 4700억원, SK그룹이 3800억원, LG그룹이 3100억원, 롯데그룹이 1900억원, GS그룹이 1400억원, 한화그룹이 1400억원, CJ그룹이 550억원에 달한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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