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실시된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72)이 극우 자유당의 호퍼를 누르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
| [사진=게티이미지] |
초기 개표에 근거한 오스트리아 ORF방송의 1차 추정에 따르면 판 데어 벨렌은 53.6%의 지지를 얻어 46.4%에 그친 호퍼를 큰 격차로 앞섰다.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수석전략가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호퍼가 크게 뒤진 것으로 드러나자 오스트리아 언론에 “판 데어 벨렌 후보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말하며 패배를 시인했다.
지난 4월 치른 대선에서 1차 투표 때 2위를 차지한 판 데어 벨렌은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0.6% 차이로 호퍼 후보에 승리했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 부정 의혹으로 재선거를 치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이날 다시 선거가 실시됐다.
판 데에 벨렌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유와 평등, 연대에 바탕을 둔 유럽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판 데에 벨렌의 승리는 예상밖의 대이변으로 꼽힌다.
국민당과 사민당 등 오스트리아 양대 정당 후보가 1차 투표 때 호퍼에게 큰 차이로 밀리면서 결선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유럽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 대통령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특히 판 데어 벨렌은 이날 재선거 전까지 9번의 여론조사에서 호퍼를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해 호퍼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판 데어 벨렌의 압승이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5월 결선 투표 때도 극우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반발해 판 데어 벨렌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호퍼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다시 판 데어 벨렌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호퍼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 “매우 고통스럽지만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항상 옳다”면서도 영국 극우정당 독립당(UKIP) 전 당수인 나이절 패라지가 끼어들어 이번 선거를 망쳤다고 원망했다. 패라지는 2일 미국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호퍼가 당선되면 오스트리아는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오엑시트(오스트리아의 EU 탈퇴)에 대한 두려움과 아직 ‘나치’만은 안된다는 유권자들이 막판에 판 데어 벨렌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자유당은 2차 세계대전 후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정당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와 관련 “내년 선거를 앞둔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에서 반이민, 반주류 기치를 내건 포퓰리즘이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오스트리아의 선거 결과는 매우 놀랍다”고 평가했다.
판 데어 벨렌은 스스로 ‘난민의 자식’이라고 부르는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유럽의 오바마’로 불린다. 그의 부모는 스탈린 체제의 소련에서 공포 정치를 피해 독일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넘어온 난민이었다. 그는 EU 체제를 신봉하는 친(親) 유럽주의자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경제는 절대적으로 EU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smstor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