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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국민투표 부결]세계화 ‘평등을 위한 불평등’ 역린 건드렸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렌치의 패배는 곧 북부동맹(Lega Nord)과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의 승리를 의미한다”

이탈리아 투데이의 마리오 마르기오코 기자는 4일 치러질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에 대해서 이같이 평가했다. 이탈리아 북부에 지지기반을 둔 정당으로, 이탈리아 대표 극우정당으로 꼽힌다. 반면 오성운동은 남부와 중부에 지지기반을 둔 정당으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한 좌파 성향을 띠고 있다. 정치 성향은 정반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중앙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깊은 불만이다.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북부동맹은 중앙정부의 지나친 부자과세에 반감을 가졌다면 오성운동은 빈부격차 심화에 반감을 가졌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부는 19세기 통일때부터 극심한 빈부격차로 지역갈등이 심했다. 어느 쪽이든 세계화의 흐름을 반대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 모두 지난 200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했다. 하지만 2014년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의 GDP는 2007년 GDP를 100으로 했을 때 각각 85와 93으로 극심한 격차를 보였다. 취업률도 2014년에 2007년 대비(100 기준) 북부가 100, 남부가 91을 기록했다.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경제상황에 성격이 다른 두 정당이 합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부동맹은 ‘황금알을 낳는 북부와 이를 거두어 가는 로마(중앙정부)’에 빗대어 렌치 정부가 ‘평등을 위한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오성운동은 중앙정부가 경제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GDP 대비 국채 비율이 133%를 넘어서게 됐다고 질타했다.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 간 빈부격차 [그래픽=이코노미스트]

이탈리아 ANSA는 이난 국민투표의 부결에 청년층의 좌절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 경제 성장률이 4%를 웃도는 상황에서 작년에 0.8% 성장해 수 년에 걸친 역성장에 겨우 마침표를 찍었다. 실업률은 11%대 중반을 웃돌고 청년실업률은 40%을 넘어섰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이 10%를 밑돌고, 청년실업률은 18.4%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때문에 이코노미스트 지는 지난 26일 “이탈리아가 필요한 것은 점진적인 개혁이 아닌 급진적인 개혁”이라며 “국민투표가 부결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유럽 정치 편집장인 플라비아 크라우스-잭슨은 “북부동맹은 극우정당이라면 오성운동은 좌파적인 포퓰리스트 정당이지만, 중앙정부의 무능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며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거시경제도 악화되다보니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졌다”라고 지적했다. 크라우스 잭슨은 이어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현상에 따른 도미노 현상”이라며 “세계화의 부작용과 그에 따른 기득권에 대한 분노로 오늘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지역별 집권 정당. 붉은 색이 민주당(PD), 파란색이 신중우, 녹색이 북부동맹, 노란색이 오성운동 [그래픽=위키리크스]

베퍼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는 투표 운동 기간에 “2조 유로(약 2250조원)의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는 이 나라는 완전히 망가졌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교육부터 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직접 맡아 운영하는 시민 혁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북부동맹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렌치 정부는 상원 축소 등으로 매년 5억 유로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도 매년 25억 유로를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난민들에게 쓰고 있다”라며 난민문제를 질타했다. 마르기오코는 두 주장이 달라보지만 “부유하든 빈곤하든 현 경제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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