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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탠트럼’ 당긴 强달러…환율전쟁 전운
ICE 美달러지수 13년래 최고
1유로=1달러시대 시간문제
신흥시장 이미 7조달러 이탈
국내 금리급등 가계빚 비상


미 달러화가 ‘트럼프 탠트럼’(tantrumㆍ발작)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화 가치의 급상승은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엑소더스’ 뿐 아니라, 시장금리의 고공행진 등 국제금융시장을 미꾸라지마냥 휘젓고 있다. 특히 최근의 강(强)달러 현상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ㆍ중국ㆍ일본 등에 자국통화의 평가절상 압력이라는 명분을 줄 수 있다. 트럼프발 환율전쟁의 전조인 셈이다.

‘트럼프 발작’이 당긴 강(强)달러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뇌관이 되고 있다. ICE 미 달러 지수는 11월 8일 미 대선 이후 3.4% 상승했다. 13년만에 최고치다. 강(强)달러는 유로화와 엔화 가치를 끌어 내리고 있다. 급기야 ‘1유로=1달러’ 패러티 시대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살라벨로스 투자 전략가는 올해와 내년 말 환율을 각각 유로당 1.05달러와 0.95달러로 전망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감세, 정부 지출 확대 등 레이거노믹스와 트럼프의 정책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레이건의 순간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 가치가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건의 취임한 후 1985년 2월 최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달러 가치는 45% 뛰었다. 다만 당시 경제적 상황과 현재의 양상에는 차이가 커 이를 동일선상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강달러로 인해 신흥시장에선 벌써 65억5000만 달러(약 7조7000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국제금융협회(IFF)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110억 달러어치 해외 자산이 유출됐다.

국내에서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 4%대 후반까지 뜀박질하면서 가계부채 뇌관이 다시 작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 폭락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한국 시장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소재용 연구원은 21일 “정식 취임 전후까지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 남아 외환시장의 변동성 위험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1210원 정도가 1차 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강달러 현상이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의 공약이 모두 실현될지도 미지수인 데다 정책 실행에 나선다고 해도 그것이 미국 경제에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제퍼리즈 그룹의 브래드 베크텔 외환 거래 전략가는 WSJ에 투자자들이 달러를 급속도로 끌어 올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의 임기가 즉각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데, 실제 영향이 나타나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라면서 “시장이 너무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현재의 달러 강세가 ‘트럼프노믹스’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달러 강세를 마무리짓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강달러에 미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경기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예상을 빗나간 미국의 경제 상황에 달러 강세가 동력을 잃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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