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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 희비 갈리는 韓ㆍ日증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일본 증시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엔저(円低)와 정치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여타 증시의 동경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밖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안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변수로 고초를 겪고 있는 한국 증시는 일본 증시에 대한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이뤄지기 전날인 8일부터 18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1.44%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지난 2~10월 이어진 ‘바이 코리아’(Buy Korea) 기조를 접고 1조원가량 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대선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으로 공산품을 수출하는 주요 신흥시장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에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다”며 “코스피에서는 향후 1조5000억원이 추가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Nikkei)225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4.64% 오르며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엔저는 일본 증시를 밀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엔화 가치는 미국 대선 이후에만 3% 넘게 떨어져 110엔대에 진입했다.

이는 트럼프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12월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 강세가 속도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일 주식을 동시에 운용하는 글로벌 전략가라면 엔화 약세로 매력이 더 커진 일본 시장에 투자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일본 시장 매수, 한국 시장은 중립 내지는 매도로 가는 전략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금리 흐름도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이 장기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 9월 시행한 장기금리조작 정책은 당분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며 “트럼프 당선 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등했지만 일본은 안정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화 강세 흐름이 추가적으로 진행되면 글로벌 자금의 일본 증시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 유럽 등 여타국과 비교할 때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플러스 알파’(+α)가 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에 비하면 떨어지긴 했지만, 이달 7일 기준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나 성장률 측면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기부양책)가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는 높은 수준의 지지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재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그 이유에 대해 “일반인들의 일자리가 찾기 쉬워졌고,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역설적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개선됐다”며 “일본 정부가 국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은 과감하게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시점에 이 같은 정치 안정은 자산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허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는 기존 정권 또는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정치 불안이나 내부 균열 조짐이 적다는 것은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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