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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훅INSIDE]‘100만명 vs. 26만명’, 경찰의 이상한 셈법
[HOOC=손수용 기자]지난 12일, 전국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서울에서만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거리로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역대 최대규모 대통령 퇴진요구 시위였죠. 그런데 경찰의 발표는 조금 달랐습니다. 경찰은 이날 26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최 측 발표보다 약 4배 적은 수치였습니다. 참여인원에 차이가 크자 경찰은 고의적으로 참여인원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경찰은 인원을 축소하고 있는 걸까요? 왜 집계되는 인원은 다른 걸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경찰이 인원을 추산하는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이 집회 등에 참여한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합니다. ‘페르미 추정법’이란 단위 면적을 이용해서 인원을 추론하는 방법인데요. 이는 특정한 범위를 선정한 뒤 대략적인 수치를 계산하고 전체로 확대해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경찰은 이 방법을 이용해 3.3㎡(1평)에 성인남성이 서있으면 6~10명, 앉아 있으면 4~6명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참여 인원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에 대입해 인원을 추산하는 것이죠. 경찰은 인원이 가장 많이 들어선 시점을 기준으로 참가 인원을 추산합니다. 하지만 주최 측은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참여한 모든 인원(연인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경찰의 발표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경찰은 매번 집회나 거리 응원 등의 행사가 있을때 이 방법을 이용해서 참가인원을 추산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행사의 목적이나 성격’에 따라 경찰이 추산하는 인원이 이상하게 달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경찰의 기준은 일관성 있게 적용됐는지 살펴볼까요?

비교를 위해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의 기억을 끄집어내보겠습니다.

2002년 6월 14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이 확정된 날입니다. 이 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는데요, 당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모인 사람들은 경찰 추산 92만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당시 모인 인파와 지난 주말 거리로 나온 시위 인파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찰 추산에 따르면 두 사진 사이에는 약 70만명의 차이가 있는 것이죠.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데도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바로 얼마나 밀집해있는지 ‘밀도’에 따라 적용되는 인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행사에 나와 있는 인원의 밀도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서 기준이 되는 공간 안에 사람을 6명 적용할지 10명 적용할지 판단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경우에는 10명의 인원을 적용하고, 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6명의 인원을 적용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단위 면적당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서있는지 기준을 정하고 참여인원이 점유한 공간에 적용하여 참여인원을 추산하는 것이죠.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을 나온 사람들은 밀도가 높았던 반면 이번 시위는 그렇지 못했다는 조금 ‘이상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한편 주최 측과 경찰의 추산 방법이 다른 까닭 중 인원을 세는 ‘목적’이 다르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경찰 측 관계자는 자신들이 인원을 추산하는 이유가 대외적 발표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집회(행사) 통제에 필요한 경력을 운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회 등 행사 통제에 필요한 인력을 운용하기 위해서 인원을 추산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몰렸을때 단위 면적을 기준으로 추산인원을 정한다는 것이죠.

경찰의 인원 축소 논란은 과거부터 계속돼 왔습니다.

지난 2013년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집회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의 참가자 수를 계산하는 경찰의 현재 집계 방식이 집회에 잠시 참여했다 돌아갔거나 중간에 참여하는 인원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며 “주최 쪽 추산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경찰을 향한 ‘인원 축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행사 시 이용하는 경찰의 추산법에 변화가 필요해보입니다. 

이번 집회가 있은 후 경찰은 이례적으로 시위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유례없이 많은 인원에도 폭력 없이 평화적으로 (촛불집회가) 종료된 점이 놀랍다”며 “성숙한 시민의식 발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위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죠.

수치를 집계하는 것에는 어떤 기준과 방법을 이용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여지는 수치들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국민들이 최근 벌어진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과정이 평화적이었다고 해서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작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국민들이 그들에게 보내는 이 ‘조용하고 성숙한’ 경고의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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