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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선택 트럼프] 한국경제 ‘시계 제로’…극단적 보호무역주의 현실화에 경제사령탑 공백 등 사면초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한국경제가 ‘시계 제로’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사령탑이 사실상 와해되고,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쳐 사실상‘사면초가’에 놓였다. 다시말해 ▷성장동력의 상실 ▷콘트롤타워의 부재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 3각 파도에 길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주한미군 부담금 증액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고율의 관세부과 등 한국의 외교ㆍ국방과 경제지형을 뒤흔들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미국이 세계화로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미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와 소득양극화 등의 문제가 자유무역 때문이라며 중국에 45%, 멕시코에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임종룡<앞줄 왼쪽부터>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청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기간에 쏟아낸 발언을 모두 정책으로 옮길지는 물론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직 인수나 의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분명해 보인다.

경제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선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우리의 2대 수출시장이다. 수출 규모는 2014년 700억달러를 넘은 이후 지난해 -0.6, 올해는 9월까지 -5.4%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든든한 버팀목이다. 특히 미국 경기가 거의 유일하게 회복세를 타고 있어 대미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때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 재협상 또는 통상법 발동을 통한 고율관세 부과 등의 무역제재에 나설 경우 한국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대미 무역흑자를 이유로 원화절상을 압박해올 경우 전반적인 수출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가뜩이나 경제기반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쇼크’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경제는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미 수출은 지난해 이후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재정투입 확대와 인위적인 소비진작책 등 부양책으로 그나마 2%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가계부채 누적 등으로 이를 지속하기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임 내각 구성이 지연되면서 이미 경질된 상태에 있는 총리와 부총리가 현안을 챙기고 있지만 추진력은 크게 떨어져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전에 트럼프 진영의 경제분야 참모진과 향후 경제ㆍ통상ㆍ금융 등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정책을 조율해야 하지만, 네트워크도 추진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이어 10일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잇따라 열고 미 대선 이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 부총리는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변화가 브렉시트, 중국의 수출둔화 등과 결합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그 어느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우리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관리에 한치의 빈틈도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면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취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미 대통령직 인수와 새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ㆍ통상정책이 입안되기까지 앞으로 6개월여 동안이 한국경제 운명을 가늠할 중대한 시기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에 여전히 함몰돼 있을 가능성이 커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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