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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국정농단] ‘순실의 시대’ 되살아난 풍자…“그동안 진행된 표현 자유 억압의 반증”
-예능ㆍ코미디, 분장ㆍ자막 등으로 시사 풍자ㆍ패러디 활발

-기성 신문 매체들도 ‘최순실 게이트’ 연상 단어 사용에 주저 없어

-일부 전문가, “표현 자유 지속 가능성 의문…표현 방식에 대해선 논란 여지 있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60ㆍ여ㆍ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최근 몇 년간 주춤했던 현실 풍자와 비판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과 대학가 등 특정 공간에서만 풍자되던 과거와 달리 방송, 온ㆍ오프라인 신문 등 공적인 담론의 장으로까지 확장된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10일 사회 및 언론학계에 따르면 TV 예능프로그램이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 최근 수년간 크게 위축됐던 시사 풍자 및 우회적 조롱을 일명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다시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다.
tvN ‘SNL코리아 시즌 8’에서 배우 김민교 씨와 코미디언 유세윤 씨가 각각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분장해 패러디한 모습.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tvN ‘SNL코리아 시즌 8’이나 KBS2 ‘개그콘서트’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과거 언론에 노출됐던 최 씨의 복장을 그대로 갖춘 배우들이 나와 ‘곰탕, 프라다 신발, 실세, 태블릿PC’와 같이 최 씨 사건들과 관련된 단어들을 쏟아는 등 패러디를 선보였다. 또, 짙은 화장을 한 채 승마복을 입고 말을 타고 나온 배우의 모습을 통해 이화여대 ‘승마특기생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를 비꼬기도 했다.

평일 및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자막을 통해 풍자에 나서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간절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등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활용한 패러디가 주를 이뤘다. 또, ‘오방낭’과 ‘비만실세(비선실세 풍자)’, ‘무정부 상태’와 같이 최근 불거지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단어들도 풍자에 활발하게 사용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권력기관의 압박에 의해 표현하지 못하고 축적됐던 비리와 사회적인 부조리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BC ‘무한도전’에서 자막에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 및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단어를 사용해 시사 풍자에 나선 모습.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사 풍자의 부활 이유에 대해 “그동안 국민에 의해 선출되며 정당성을 부여받은 정권이 권력기관을 통해 전체 여론의 방향을 통제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 누가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권력기관 역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비판을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풍자의 대상이 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고소ㆍ고발 등으로 ‘위협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도 지금껏 시사 풍자 및 비판이 위축된 데 한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ㆍ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출연을 금지시키고, 명예훼손 등으로 문제제기해 검경 등 권력기관의 조사를 받도록 함으로써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교적 풍자적인 표현에 보수적이었던 온ㆍ오프라인 신문 매체들까지도 최근 제목이나 부제, 본문 중에 ‘최순실 게이트’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추세에 대해서도 분석을 내놓았다. 한규섭 서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그동안 권위를 인정받아왔던 박 대통령과 엘리트 계층에 대한 여론이 급작스럽게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새롭게 발달하는 온라인 공간과 독자들의 주목도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성 언론들이 보다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했다.

다만, 활발한 시사 풍자 지속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인한 국가구조의 위기로 인해 발생한 단기적인 현상”이라며 “시사 풍자에 대해 억압적인 기조의 국가 권력 체계가 다시 자리잡는다면 표현의 자유는 다시 침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활발한 시사 풍자 및 비판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 교수는 “당장 시사 풍자가 활성화될 경우 희화화 등으로 인해 정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문제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공정성 등 저널리즘이 가져야할 기본 원칙의 측면에서 봤을 때 담론 형성을 위한 바람직한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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