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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선택 트럼프] “잊힌 이들이 결코 다시는 잊히지 않을 것”…‘트럼피즘’의 승리 원동력은?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정말 아름답고 중요한 밤이었다!. 잊힌 이들이 결코 다시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함께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밤 대선에 승리한 뒤 날린 첫 트윗이다. ‘잊힌 이들’은 기성주류 정치권이 비웃었던 ‘트럼피즘’의 승리 원동력이다. 그간 대 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리고 기성주류 정치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보통 미국인들의 ‘분노’(angry)가 트럼피즘에 엔진을 달아 준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주춤한 경제, 자라난 ‘분노’= 트럼프의 부상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분노(Anger)’다. 극심해지는 양극화 속에서 경제적 불만과 소외감을 느낀 백인 서민층들은 마음 속 열망을 대변해주는 트럼프를 택했다.

트럼프는 애매모호한 절충안 대신 철저히 미국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공약도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강경책으로 일변했다. 다른 나라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는 물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을 비롯해 먹고 살기 힘들어진 유권자들은 강력한 해결책을 내놓은 트럼프에게 열광했다. 대선 개표 결과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인디애나 모두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고 미시간에서도 트럼프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러스트벨트의 표심은 한 곳으로 향했다.

이 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이민도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교ㆍ안보 분야에서도 철저하게 미국을 우선으로 두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새로운 미국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아웃사이더’와 만난 반(反)기성정치= 이번 대선은 기성 정치권에 일격을 가한 ‘아웃사이더’의 승리로 일컬어진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것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반감을 반영한다. 이러한 기조는 트럼프가 경선에서 주류 정치인들을 대거 물리치고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부터 분명히 드러났다. 본선 경쟁까지 이어진 이 같은 흐름은 대표적인 기성 정치인이자 ‘인사이더’인 힐러리를 넘어서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8일(현지시간) CNN 출구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8%가 이번 대선에서 ‘변화를 원한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거의 7명이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않거나 화가 난다고 응답했다. 경험이나 판단력을 중시한 유권자의 비율도 못지 않았지만 대선판을 움직인 것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트럼프는 정치 신인일뿐만 아니라 기존 정치인들과 언행도 극명히 달랐다. “멕시코 이민자들이 마약과 성범죄를 들여 오니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정치적 수사’를 버리고 신랄한 공격을 가했다. 여성, 이민자 등 특정 유권자층이 등을 돌릴 수 있는 발언들도 서슴없이 일삼았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배척하고 과감하게 기존 정치인들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펼친 결과 그는 대권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샤이 트럼프’의 결집= 이른바 ‘샤이 트럼프’의 적극적 투표도 트럼프에게 대권을 선물한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했던 숨은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소로 향하면서 예측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예상을 뒤집은 ‘브렉시트’ 결정을 최근 유세에서 거듭 언급하며 ‘침묵의 지지자’들이 자신을 승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왔다. 트럼프의 끊임없는 막말 논란과 추문에 주변에도, 여론조사원에게도 자신의 본심을 말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트럼프의 전망을 뒷받침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개표 전까지는 이러한 숨은 지지자들의 규모가 힐러리와의 격차를 뒤집을 정도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박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용히 표를 행사한 침묵의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당선으로 이끌었다. ‘샤이 트럼프’는 트럼피즘을 스쳐가는 현상이 아닌, 세계를 흔드는 변수로 변모시켰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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