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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의 딜레마…카리스마 리더십 꺾고 책임총리 인정할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으로 정치역정 최대 위기에 봉착한 박 대통령은 수습책으로 노무현 정부 출신의 ‘김병준 국무총리’ 카드를 빼들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학문적 식견과 국정경험을 갖췄고 신망도 두텁다는 점에서 현시점에서 최상의 카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 내정자가 3일 기자간담회장에서 울먹이면서도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총리직을 수락했다고 밝힌 장면에서는 나름의 진정성도 느껴졌다.

야권이 여전히 인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김 내정자가 최종적으로 총리로 임명된다면 최순실 파문을 타개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후에도 큰 문제가 남는다. 김 내정자는 수락 일성으로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대독총리’가 아닌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임을 천명했다.

단순히 대통령 보좌에 그치지 않고 경제ㆍ사회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청와대도 김 내정자 발탁과 관련, 박 대통령의 사실상 ‘2선 후퇴’라며 김 내정자가 ‘내치 대통령’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3김 이후의 마지막 카리스마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박 대통령이 임기를 14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책임총리가 실제로 구현될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

이젠 여의도 정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박 대통령의 ‘레이저광선’ 눈빛이 최순실 파문 수습 이후 김 내정자에게 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박 대통령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김 내정자를 발탁하면서 야권은 물론 여당과 황교안 총리 등과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해 특유의 ‘불통인사’ 재판이라는 비판을 샀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국무총리 권한에 대한 조항은 해석에 따라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 간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와 함께 대표적인 책임총리로 꼽히는 김영삼 정부 때 이회창 총리가 김 대통령과 사사건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 끝에 4개월만에 물러난 사례도 있다.

김 내정자는 특히 국정교과서와 재정문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등을 일일이 거론해가며 박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가 책임총리로서 이 같은 문제를 자신의 철학대로 풀어간다면 박 대통령이 지난 4년여 동안 추진해온 국정성과가 한꺼번에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민적 하야와 탄핵 요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고육지책으로 김병준 국무총리 카드를 빼들었지만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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