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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능력만 있으면…” 성소수자 인권 말하는 LGBT 경영자 5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아버지는 딸이 서른 세살이 되자 딸과 결혼하는 남자에게 650만달러(74억원)을 주겠다고 ‘공개 구혼’을 냈다. 공주를 왕자에게 시집보내는 동화 속 이야기라거나, 노처녀(?)가 된 딸을 채근하는 부자 아빠의 근심 걱정처럼 들리지만 그 뒷이야기에 대중들은 더 열광했다. 딸은 이미 한 여성 파트너와 프랑스에서 ‘시민결합(civil union)’을 이룬 레즈비언이었던 것.

2년 후인 2014년, 아버지는 포상금을 두배로 올리고 신랑감을 찾았으나 딸은 완강했다. 오히려 딸은 더 완강하게 나왔다. 중국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아버지는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에겐 남자가 필요없다”고 기고하기까지 했다. 그의 센 발언들은 점점 그를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홍콩 측낭그룹의 부사장 지지 차오 (출처 마마미아)

홍콩 부동산그룹인 측낭(Cheuk Nang)의 부사장 지지 차오(Gigi Chaoㆍ37)의 이야기다. 그는 자산 20억달러(2조2800억원, 셀러브리티넷워스)를 보유한 홍콩 거부, 세실 차오(Cecil Chaoㆍ80)의 딸이다. 지지 차오는 25일 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와 성소수자 네트워크인 아웃스탠딩(OUTstanding)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6 LGBT&Ally(성소수자&협력적인) 경영자 100인’ 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다. 사회적 편견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그의 행동에 전세계 성소수자들이 큰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지 차오는 25일 FT에 “유럽에서는 자신이 게이라고 말하는 것이 쿨(cool)한 것이지만, 아시아에서는 한참 멀었다”라면서 “중국 문화에서는 커밍아웃을 하는 건 부모에 대해 노골적으로 무례를 범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주 활동지로 하는 그에게 “남자친구가 있느냐”라는 질문도 많이 들어오지만, 그때마다 벽에 부딪힌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홍콩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 중 한 명이 됐다. ‘핑크 닷(Pink Dot)’이라는 이름의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 빅 러브 얼라이언스(Big Love Alliance)의 창립 멤버 하나기도 하다. 

지지 차오와 그의 아버지 세실 차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지지 차오 이외에도 사회적 편견을 깨고 능력만으로 경영자 자리에까지 오른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라면 커밍아웃을 하는 것조차 어렵고, 성소수자임이 알려질 경우 직장에서 배제당하는 일이 잦아 관리자 급이 되는 성소수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교적 ‘능력본위’ 체제가 정착된 외국에서는 당당하게 성소수자임을 밝힌 사람들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일도 잦다. 이들은 자신의 커리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기보다, LGBT로서 동료들의 인권신장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레지 CEO 피터 알바이 (출처 Hungary Today)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 프레지(Prezi)를 공동개발한 현 CEO 피터 알바이(Peter Arvai)도 존경받는 동성애자 경영인이다. 그는 창업 당시 첫번째 목표로 “개인의 정체성을 고유하고 다양성을 축하하는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말할 만큼 열린 사람이기도 하다. 프레지는 2010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프라이드 이벤트에 그들의 로고와 티셔츠를 만들어 제공한 첫 번째 헝가리 회사가 됐다.

그는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자주 언급하면서 대중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헝가리의 LGBT 커뮤니티에 영감을 주는 발언을 하고 있다. 

구글 성장마케팅 부문 부사장 아르잔 다크 (출처 Google Capital)

구글 성장마케팅 부문 부사장인 아르잔 디크(Arjan Dijk)는 구글에서 가장 연차가 높은 ‘게이글러(성소수자 구글 직원을 뜻하는 말)’다. 그는 구글 성소수자 모임을 이끌기도 한다. 아르잔은 미국의 반 동성애 법안 통과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거나, 트랜스젠더 직원들의 컨퍼런스에 자금을 대는 등 구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주도해 왔다.

아르잔 디크의 지휘 하에 구글은 소치 올림픽 때 스포츠 경기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고, 트랜스젠더 직원을 위한 의료보험도 완전히 보장했다. 구글의 전 세계적인 ‘#prideforeveryone’ 캠페인도 아르잔의 손에서 탄생했다. 

런던 로이드은행 CEO 잉가 빌 (출처 Post Online)

영국 런던 로이드은행 CEO인 잉가 빌(Inga Beale)은 이 은행 328년 역사에서 첫 번째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여성으로, 스스로 양성애자(bisexual)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FT와 아웃스탠딩이 발표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여성 LGBT 경영인이기도 했다.

잉가 빌은 보수적인 회사 내에서 LGBT 직원 모임인 ‘프라이드@로이드(Pride@Lloyds)’라는 조직을 만들어 회사 내 따돌림 등을 경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이자 백신사업부 사장 수전 실버만 (게티이미지)

미국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Pfizer)의 백신사업부 사장인 수전 실버만(Susan Silbermann)은 사내 여성위원회의 리더를 맡았었고, 현재는 LGBT 동료 모임의 한 사람으로서 열정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또 제약회사의 수장답게 LGBT의 파트너나 배우자들이 미국 시민권이 없어 쫓겨나지 않도록 하고, 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하는 단체를 서포트하고 있기도 하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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