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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도 충돌 자제한 경찰-시위대…평화시위문화 정착 이어질까
지난 29일에 이어 31일 서울 청계광장에 ‘최순실 국정 농단 규탄’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집회 이후 행진을 하던 참가자들이 신고 당시와 달리 많은 차선을 점거하는 등 일부 집시법을 위반했지만 경찰은 이전과 달리 강경진압보다는 상황 관리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대규모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의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나와라최순실시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주도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600여명(경찰 추산)은 청계광장에서의 집회를 마치고 도심행진을 시작했다. 신고된 행진 경로는 앞서 29일과 마찬가지로 ‘청계천→종각→종로2가→인사동→북인사마당’ 순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인도를 받아 행진하던 시위대는 종각역 사거리에서 당초 계획과 반대 방향인 광화문으로 향했다. 지난 29일과 같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인도와 1개 차선만 점유하기로 했던 신고 내용과는 달리 최대 3개 차선까지 점유하기도 했다.

경찰은 평소라면 시위대가 신고 내용을 벗어난 행동을 하면 즉시 이를 차단하고 자진 해산 경고 방송 3회 후 해산 절차에 들어가지만 이날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우선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종각역 사거리에서 바로 시위대를 저지하는 대신 직접 시위대의 선두에 서서 시위대를 종로 르메이에르 빌당 앞까지 유도했다.

이후 경찰 기동대가 시위대를 포위했고 경찰이 시위대에 “불법 집회이니 즉각 해산하라”고 방송하자 시위대는 “박근혜가 불법이다”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경찰은 총 4회 해산 경고 방송을 하면서도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경찰이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내면서 상황은 종료됐지만 이 과정에서 연행자는 없었다.

경찰이 다소 불법 행위가 있더라도 강경진압을 하기보다 상황관리에 힘쓰는 양상은 지난 29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동상 부근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대치를 벌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신고된 행진 경로를 이탈했지만 경찰은 즉각 해산 절차에 돌입하기 보다 이동 경로 차단에만 주력했다. 경찰 버스 차벽은 광화문 삼거리에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세워졌고 살수차 역시 가동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은 “나라를 걱정하는 만큼 집회 시위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고 당부한 데 대해 시민들이 이성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시위 관리 전략은 올해 초 강신명 전 경찰청장 재임 당시 추진된 집회 관리 전략과도 다른 것이었다. 올해 업무보고에서 경찰은 “차벽 앞에 경력을 배치하고 체포조를 운영해 현장 검거 위주의 집회 관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경력과 시위대 간 물리적 이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차벽 설치를 고집해 왔지만 최근에는 기동대가 방패를 들고 폴리스라인을 지키고 있다. 시위대 역시 경찰관에 대한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면서 평화적 시위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경찰의 집회 대응 전략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집회를 계기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경찰 지휘부의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31일 열린 전국 지휘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집회ㆍ시위 대응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 보호되도록 안전과 인권에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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