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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망각, 불감증 그리고 해이(解弛)
망각은 기억장치에 저장된 정보를 잃어버리는 현상이다.

‘최순실-박근혜’ 사태에 직면한 정치권의 각 정파는 지금 나름의 목표를 갖고 망각ㆍ기억 공학과 심리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100여년전 심리학자인 에빙하우스는 한번 들은 정보는 20분 지나면 전체 정보량의 60%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틀 지나면 25% 수준으로 급락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60여년전 피터슨과 피터슨의 연구결과, 한 번 접한 무작위 알파벳을 재생할 확률이 18초가 지나면서 급속히 줄었고, 반면 처음 본 사람의 전화번호라도 계속 암송하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손다이크도 ‘불용(不用)의 법칙’을 통해 반복효과를 언급했다.

1932년 맥지오치는 최근 학습한 정보가 전에 학습한 정보를 간섭해 망각을 부채질한다고 했다. 맥지오치 연구를 기반으로 권력자들은 연예인 스캔들 터트리기 등으로 불리한 공론을 피하기도 했다.

망각을 촉진하는 다른 요인은 불감증과 방어이다.

장관 마다 5~6개씩의 불법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임명 강행이 반복되면 이후 2~3개 범죄는 용인한다.

과거 위장전입 하나만으로도 퇴출됐지만 지금은 “그 정도야 뭐”라며 위법 불감증을 보인다.

‘네 탓’으로 돌리는 행위, ‘이런 나라 살기 싫어’라는 부정적 정보의 거부 행위, ‘세월호 300명 희생’ 등 심리적 스트레스를 초래할 정보를 의식화하지 않으려는 노력, ‘자식 대신 애완견’ 식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을 피하면서 다른 관심사로 신경을 돌리려는 행위 등이 방어기제들이다.

수세에 몰린 쪽은 망각을 촉진하는 기제를 활용해 도덕적 해이를 감행할 것이다.

잊을 일이 따로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은 마음을 다잡아, 공동선(善)을 향해 끈기 있게 오롯이 나아가야 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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