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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훅INSIDE] 야당은 왜 ‘대통령 탄핵’을 주저할까?
[HOOC=이정아 기자]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였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대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는 주최 측 추산 1만 명(경찰 추산 3000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대규모 촛불집회를 가졌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 29일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와 행진을 벌였다. [사진=신동윤 기자 realbighead@]

이처럼 대통령 탄핵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도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당 차원에서 ‘대통령 탄핵’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론을 정하는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야당, 그 이면에는 어떤 사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알고 싶다, 두둥

야당이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야당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판의 대상인 여권이 심판의 키를 쥘 수 있기 때문이죠.

탄핵이 발의될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려면 일단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발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민주당, 국민당, 정의당 등 야당과 무소속을 합하면 171명으로 재적의원의 과반(150명)을 넘습니다.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소추안이 의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합니다. 야당 등 무소속이 찬성한다는 가정 하에 최소 29명의 새누리당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겁니다.


이 부분도 비박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서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 의결이 됐다고 치고, 일단 넘어가 보겠습니다. 더 큰 난관(?)이 있기 때문인데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대통령 탄핵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헌재는 박한철 소장을 비롯해 재판관들이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성향의 인물들입니다. 야권에서 탄핵 소추안이 헌재를 통과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입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공안검사 출신이다. 박 소장은 헌재 내부에서 헌재 소장에 오른 첫 인사이자, 검찰 출신의 첫 헌재 소장이다.

대통령 탄핵의 실익 또한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탄핵 심판 절차로 넘어가게 되면 사실상 검사 역할을 새누리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변호사 역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맡게 됩니다.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야당이 검찰을 통할하고 민정수석을 견제할 법무부 장관 추천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 임명된 법무부 장관에게 국민 입장을 변호해 달라 요청하는 셈이 되는 것이죠.

게다가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면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고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국정이 운영되는데요. 이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됩니다. 그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야당이나 진보 진영에서는 어떻게 보면 박 대통령만큼이나 인기가 없는 분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황교안 국무총리. 그도 공안검사 출신이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다음 대선이 불과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득이 되는 부분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보수 진영의 재집권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로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해석입니다. 

이런 이유로 야당 일각에서는 ‘탄핵 발의’만 해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자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탄핵안이 발의만 되더라도 정국은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고 그로 인한 부담은 야당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점을 종합해 보면, 지금 당장은 비선실세 최 씨의 국정농단을 사실대로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이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최 씨와 내통을 하거나 정보를 흘린 비서진의 교체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TV 앞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닌 광장에 모여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대중은 정치변혁의 주체에서 또 다시 객체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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