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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약사ㆍ한의사와 거래하면 관계끊겠다”…약사단체ㆍ의료계 ‘횡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고질적인 양방과 한방의 충돌로 두 단체간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피해는 두 단체를 모두 고객으로 둔 제약업계와 의료기기업체들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0일 90여개 제약사를 상대로 한약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에 시정명령과 함께 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약준모는 3000여명의 약사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약사 단체 중 한 곳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약준모는 지난 해 5월부터 두 달여간 제약사들을 상대로 약품 불매운동을 암시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예로 유한양행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현재 거래 중인 한약사와 언제 거래를 중단할 것인지’와 ‘앞으로 한약사에게 일반의약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약준모는 상위 20위권 제약사에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보내 ‘응답에 따라 약사들은 귀사와의 신뢰관계 유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한양행 등 10여곳의 제약사는 한약국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약준모의 행위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악용해 제약사의 거래처 선택 자유를 제한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에 총 11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세 의료단체는 의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에게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것이 밝혀져 과징금을 물게 됐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2009~2012년까지 의료기기 업체인 GE헬스케어에게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팔지 못하도록 강요하며 판매를 지속할 경우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압박을 느낀 GE헬스케어는 한의사와의 거래를 중단했고 삼성메디슨 역시 한의사와의 거래를 끊었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2011년 국내 1~5위의 진단검사기관들에게도 한의사의 혈액검사 요청에 응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 거절 중단 요구를 받은 진단검사기관들은 모두 거래를 중단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구입은 불법이 아니다. 학술ㆍ임상 연구를 목적으로 일반 한의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 한의사는 직접 혈액검사를 하거나 혈액검사를 위탁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이에 공정위는 대한의사협회에 10억원, 대한의원협회에 1억2000만원, 전국의사총연합에 17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양방과 한방은 과거부터 서로 평행선을 달려왔다. 양방의 경우 한방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의술이라며 그 가치를 폄하해 왔고 한방의 경우 한방은 과거부터 오랜 시간동안 그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의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단체는 마치 ‘개와 고양이(견원지간)’처럼 과거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이런 일로 가운데 낀 제약사나 관련 업체들만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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