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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레사 메이, 골드만삭스 비밀 강연 논란… “EU에 잔류해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추진하고 있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5월 골드만삭스 강연에서 EU에 잔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메이 총리가 소신을 버리고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지난 5월 26일 골드만삭스 비밀 강연에 초대 연사로 참석해 ‘브렉시트에 관한 그녀의 많은 걱정들’을 털어놨다고 당시 강연 녹음 파일을 입수해 25일(현지시간) 단독보도했다. 강연 일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6월 26일)가 실시되기 정확히 한 달 전이라는 점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에 관한 본심이 드러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이 총리는 “5억 인구를 가진 무역 블록의 일부분으로 있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영국이 유럽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국에 투자하는 것이다”라며 영국이 EU를 벗어난다면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메이 총리는 또 체포 영장 집행이나 수사ㆍ정보 기관 간의 정보 공유 등의 문제를 예로 들며 “EU는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해준다”라고 말해 안보상의 장점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영국이 EU를 이끌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유럽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존재였고, 우리는 유럽에 관해 말석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 자리를 벗어나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 나간다면 많은 것들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가 (EU 내에서) 지도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지난 7월 총리에 당선된 이후 보였던 브렉시트 추진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메이 총리는 늦어도 3월까지는 EU 탈퇴 협상의 신호탄을 의미하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예정이며, 최근 보수당 컨퍼런스에서는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보다 이민에 대한 통제가 중요하다고 말해 ‘하드 브렉시트’(EU와 영국의 완전한 결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가 총리직을 노리고 표리부동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정국이 펼쳐지는 동안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지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아 잔류 진영의 비판을 산 바 있다.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의 절망적인 경제적 영향에 관해 사적으로 은행가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정치적 용기가 없다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더 실망스러운 것은 그녀가 전에 했던 경고들을 즐겁게 무시하고, EU단일시장으로부터 영국을 빼냄으로써 영국 경제에 기념비적인 자해를 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에 대해 메이 총리 대변인은 “영국은 EU를 떠나기로 분명히 선택했고, 이번 정부는 그것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기회를 성공시키기로 결정했다”라며 ”우리는 원만하고 질서있는 EU 탈퇴를 원하며, 이것은 영국과 EU 양자의 이익에 부합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메이 총리의 골드만삭스 강연 논란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골드만삭스 강연과도 비교되고 있다. 메이 총리가 겉으로는 보호무역주의적인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밀 강연에서는 브리메인을 설파했던 것처럼, 힐러리 역시 유세장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등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을 보이지만 골드만삭스 등 월가 강연에서는 자유무역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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