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백남기씨 사망 이후] D-1, 영장 기한 36시간 남기고 사면초가 몰린 경찰
-서장이 직접 집행 시도했지만…집행 실패로 상황 악화

-유족 “영장 기한 만료까지 스크럼 짜고 총력 투쟁”

-경찰, 재집행보다는 ‘조건 없는 영장’ 재신청에 무게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경찰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도중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故) 백남기 씨의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 영장) 기한을 하루 남기고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23일 경찰서장이 직접 영장 집행을 위해 빈소를 찾았지만, 유족 측의 반발로 3시간만에 물러나야 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에 경찰은 ‘조건 없는 영장 재신청’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지난 23일 오전 10시께 백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직접 찾아가 “부검 영장 집행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 소속 ‘시민 지킴이’ 30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건물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고, 경찰도 8개 중대, 8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지난 23일 오전 10시께 부검 영장 집행을 위해 백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날 유족과 경찰의 대치는 3시간만에 경찰의 철수 발표로 일단락됐다.

수차례 협의 끝에 경찰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대치는 3시간 만에 끝났다. 홍 서장은 “유족이 직접 부검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경우, 오늘은 부검 영장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추후 일정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재집행 여지를 남겼다. 이에 투쟁본부도 “영장 기한인 오늘 25일까지 밤샘 투쟁에 나서겠다”며 재집행 가능성에 대비했다.

대규모 충돌은 피했지만, 경찰의 영장 집행은 더 힘들어졌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부검영장을 발부받은 이후 6차례에 걸쳐 부검을 위한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고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두 차례에 걸쳐 협의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유족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게다가 지난 23일 강제 집행 시도가 무산되면서 유족 측 반발은 더 거세진 상황이다. 현재 빈소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결하면서 투쟁본부 추산 400여명이 빈소를 지키고 있어 경찰이 재집행을 시도할 경우, 대규모 충돌을 피할 수 없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경찰이 기습적인 영장 집행을 시도한 만큼, 언제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지 모른다”며 “24일 오전에는 ‘영장 기한 36시간 집중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태도도 경찰에게는 부담이다. 강영주 서울중앙지법원장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영장 조건이 사실상 강제사항이라는 뜻을 내비치면서 강제 집행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영장을 강제로 집행하더라도 향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경찰은 영장 집행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에 제시된 대로 유족과의 협의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제한 사항이 많아 수사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영장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찰이 일종의 ‘성의 표시’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대로 부검 영장을 반납하면 ‘공권력이 무시당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한 “부검영장을 기한 전에 집행하겠다” 발언도 이번 영장 집행 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검 영장 기한을 하루 앞두고, 경찰은 영장 재집행보다는 재신청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문제가 됐던 제한 조건과 관련해 법원에 ‘조건 없는 영장’을 요청할 가능성도 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구속영장에도 제한 조건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현재 결정된 것은 없지만, 법원에 새로운 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