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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피의자 협박해 허위진술서에 서명케 한 경찰 “해임은 정당”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성추행 사건 피의자를 협박해 혐의를 인정하는 허위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한 경찰관의 해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경사 최모 씨가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014년 서울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성폭력수사팀에서 근무하던 최 씨는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박모 씨를 조사하면서 피의자의 진술과 다르게 조서를 작성하고 합의를 강요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5월 해임됐다.
 
성추행 사건 피의자를 협박해 혐의를 인정하는 허위 진술서에 서명케 한 경찰관의 해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경찰 관련 이미지. [사진출처=헤럴드경제DB]

최 씨는 피의자 신문을 하면서 간단한 인적사항만 확인하고 박 씨에게 미리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에 서명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서에는 박 씨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당시 조서를 훑어보던 박 씨가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항의했지만, 최 씨는 “혐의를 부인하면 오히려 불리해진다”며 항의를 묵살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박 씨에게 ‘오늘 이야기 발설했다가는 죽는거야’라는 등 고압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 씨는 피의자 박 씨를 혼자 조사한 뒤 동료 경찰과 함께 조사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밖에 최 씨는 박 씨를 술집 등으로 불러내 “피해자 측이 합의금 20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이후 수 차례 양측을 오가며 합의금 액수 등을 정하도록 했다.

해임된 최 씨는 지난해 6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씨는 곧바로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최 씨는 “양측에 합의 의사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합의금은 당사자들이 결정했다”며 “경찰관의 직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민사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해임처분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또 “피의자와 피해자 양쪽에 도움이 되도록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과정에서 이같은 행동을 하게 됐다”며 “수사경력이 1년 2개월에 불과해 수사절차 규정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합의금에 관한 의사를 전달하고, 합의서나 고소취하서를 대신 작성해준 것만으로 수사관의 지위를 이용해 민사분쟁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그러나 동시에 “최 씨의 행위는 경찰공무원 수사업무 수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해쳤다”며 “성실히 근무하는 다른 경찰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자백 취지의 허위사실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해 송치한 것은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수사절차를 위반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최 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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