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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선, 유례없는 ‘선거조작’ 파문…불신과 무지에 기대는 트럼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대선이 사상 유례없는 선거조작 의혹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선거 조작’ 주장을 펼친 데 이어, 지지자들에게 대선일에 투표소를 잘 감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선거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거나, 전자투표에 대한 해킹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여러 주(州)에서 유권자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해킹 시도가 보고되는 등 러시아의 해킹도 선거조작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 문제가 대선의 ‘빅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 스프링스 유세에서 “선거조작은 평범한 일이며, 우리가 그것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우리를 비판하고 있다”라며 “필라델피아,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등을 보라. 이들 도시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앞서 지난주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유세에서는 “이 선거를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며 “돌아다니면서 다른 투표소들을 감시하라”라고 요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이런 발언이 선거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선거 감시원으로 활동하려면 해당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 관리기구나 사이버 전문가들도 “러시아나 다른 외부 기관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한다. 미국의 선거 시스템은 주별로, 카운티별로, 지방정부별로 모두 독자적으로 관리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선거구에서 투표 기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어느 기계도 인터넷에 연결되거나 상호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해킹 공격에 노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국제컴퓨터과학연구소의 니컬러스 위버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투표 기계를 해킹해 대선 결과를 변경할 수는 없다”면서 “투표 시스템은 모두 분산돼 있고 비집중화돼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이행과정이 너무 많은 사람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선거 조작을 감시하라”는 말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개인적으로 선거 감시를 명목으로 투표소 앞에 진을 칠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에는 유색인종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이 많아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느끼는 위협감은 상당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의 민주당 관계자인 리사 딜리는 이 점을 우려하며 “후보가 ‘지지가 필요하니 나와서 투표해달라’라고 말하는 것과 ‘선거가 조작되고 있으니 도와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며 “후자는 게임을 바꿔버린다”라고 말했다. 브레넌 정의센터의 민주주의 프로그램 담당자 웬디 와이저는 “부적절한 이의제기의 위험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캠프의 대변인이 트럼프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지는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이날 미국 CNN 방송의 진행자 제이크 태퍼에게 “폭넓은 선거조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우리는 다른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다시 말하지만, 투표함과 투표자가 온전하도록 확실하게 해두는게 우리의 목적이며, 그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 역시 같은 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결과를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며 “아버지는 항상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방카 역시 언론의 균형보도라는 차원에서 보면 선거가 조작됐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아버지라는 사람 자체나 그가 이뤄낸 사업, 직업적 성과에 대해 정확하게그려낸 것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지난 1년간 주류 언론의 기자들에게 우리 생각을 들어보기라도 하라고 전화하느라 미칠 지경이었지만 시간 낭비였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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