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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료는…” ‘처방권 절대권력’ 쥔 의사가 아직도…
처방 액수 따른 선불·랜딩비 요구
의사 선택이 제약사 매출 좌우
“약 안팔려 망하느니 처벌받겠다”




사례1. 중소 제약사 영업사원 A씨 “개원의에게 열심히 우리 약에 대한 장점을 설명하면 대뜸 ‘그래서 수수료 얼마 줄 수 있나요?’라고 해요. 약 월 처방액이 1000만원이 나왔다고 가정할 때 수수료 10%라면 100만원을 주는 식이죠. 작은 제약사일수록 수수료 비율은 올라가요. 인지도가 낮으면 수수료라도 높아야 의사들이 선택하니까요.“

사례2. 중소 제약사 영업사원 B씨 “저는 처방액에 따른 수수료보다 랜딩(의약품이 병원 처방약으로 들어가는 것)할 때 통으로 계약하는 방식을 많이 했죠. 랜딩비가 500만원이라면 100 대 100이라는 조건에 따라 500만원을 주는 방식이죠. 목돈을 선호하는 의사들은 이 방식을 좋아해요. R&D해서 새로운 약 만들면 뭐해요. 팔리지 않으면 꽝인데요. 중소 제약사 같은 경우엔 영업을 하지 않으면 망하는데요. 장사가 안 돼 망하느니 차라리 리베이트 하다 걸리는 게 낫다는 거죠.”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리베이트는 의약품 처방권을 가진 의사에게 제약사가 자기 회사 의약품을 처방해달라는 부탁을 하며 각종 현금, 금품, 선물 등을 불법적으로 제공하는 행태를 말한다.

다국적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8월 26억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아 전현직 임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10월엔 전북과 부산에서 리베이트 혐의가 포착된 제약사와 의사들이 무더기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제약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리베이트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앞선 사례에서처럼 하나는 처방액에 따른 일정 수수료를 후불로 주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 의약품을 병원에 납품할 때(랜딩) 그 비용에 상응하는 돈을 선불로 주는 방식이다. 의사에 따라 선호도는 다르다. 한 번에 목돈을 받길 원한다면 선불 방식, 그렇지 않다면 후불 방식이 보통이다.

제공 형태는 다양하다. 현금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가장 현금화하기 쉬운 주유권을 선호하기도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상품권은 현금화할 때 수수료로 8~10%를 떼는 것에 반해 주유권은 3~4% 정도만 떼면 된다”며 “더구나 거의 모든 의사가 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유권은 가장 실속있는 리베이트 형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개원을 할 때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갔거나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 병원을 낸 의사의 경우엔 한 번에 목돈이 들어오는 선불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강남권 개원의들은 초기 비용도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가 만만치 않아 이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제약업계 관계 자는 “매달 처방액을 산출해 수수료 받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목돈이 필요한 의사들은 이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의사가 처방권이라는 절대 권력을 가진 ‘갑’이 되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선택지(성분이 같은 의약품) 중에서 선택권을 가진 의사가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제약사의 매출과 존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 때문에 최근 부산에서 불거진 리베이트 사례에서는 의사가 제약 영업사원을 마치 ‘집사’처럼 함부로 대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형태가 달라져 최근엔 미리 제약 영업 사원이 음식점에 가서 선결제를 하거나 가전제품, 안마의자와 같은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과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리베이트는 존재하고 없어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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