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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낸 것 또 내고…불황 출판가 ‘개정판’이 부활하다
공지영·김훈·이외수·알랭 드 보통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 올 줄줄이 재출간
업계, 초판 완판에 선인세 없어 매력적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2005년 첫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2010년에 재출간됐다가 지난 8월 출판사를 옮겨 다시 나왔다. 2001년 14쇄까지 찍었던 김연수의 소설 ‘꾿빠이 이상’도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이 처럼 과거 인기를 끌었던 소설 등 문학책의 재출간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서른권 정도에 불과했던 재출간 문학책이 지난 9월 기준, 140여권에 달한다.
최근 재출간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2005년 첫 출간 후 100만부 이상 판매됐지만 여전히 인기리에 판매돼 이미 초판 3000부가 완판되고 추가 1000부를 찍은 상태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역시 2008년 출간 이래 80만 부 이상 판매된 에세이집으로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내고 또 내고, 개정판의 경제학=올해 재출간된 문학 책에는 인기작가들이 줄줄이 올라있다. 공지영, 김훈, 김진명, 이외수, 이병률, 무라카미 하루키, 알랭 드 보통 등 독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들이다. 이 중 밀리언셀러 작가 공지영의 소설은 출간된 지 많게는 20년 이상된 작품들도 재출간과 함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재출간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2005년 첫 출간 후 100만부 이상 판매됐지만 여전히 인기리에 판매돼 이미 초판 3000부가 완판되고 추가 1000부를 찍은 상태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역시 2008년 출간 이래 80만 부 이상 판매된 에세이집으로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두 작품을 이번에 출간한 해냄출판사는 공지영의 소설 8종 정도를 개정판으로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매니아층을 거느린 소설가 김연수의 문학적 분기점을 이룬 화제작 ‘꾿빠이, 이상’과 함께 절판됐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와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밤은 노래한다’의 개정판을 내놨다. ‘꾿빠이, 이상’은 1만부 가량 판매됐으며, 이들은 독자들의 요구가 많았던 책들로, 3쇄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다.

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여행작가 이병률도 지속적으로 개정판이 나오는 작가. 2005년에 출간된 ‘끌림’은 2010년 개정판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나왔다.

개정판 행렬에는 외국의 인기작가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 히라노 게이치로, 마루야마 겐지, 오쿠다 히데오 등 팬층이 확고한 일본작가들의 작품은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다.

▶독자들은 왜 구간을 찾나=불황을 살아가는 생존전략의 하나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가성비가 높은 상품, 검증된 상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책도 마찬가지다. 경기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검증된 책, 과거 베스트셀러나 인기작가의 책이 안전한 책구매로 이어지고 있는게 최근 현상이다. 이는 특히 불황에 잘 나가는 문학부문에서 뚜렷한 양상을 띤다.

신진작가의 경우 현 출판 상황에서는 초판 2000부를 찍기도 버겁다. 이마저 최소 6개월이 걸리는게 현실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면 다르다. 수십년 혹은 십수년 지난 작품이라도 개정판을 내면 초판 3000부는 바로 완판된다. 출판사들이 유혹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출판계에서는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구간은 작가의 신작과 함께 가치가 다시 올라간다는데 또 다른 경제적 가치가 있다. 인기작가군은 꾸준히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구간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인기작가들의 높은 선인세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출판사로선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인기작가의 개정판은 출판사간 경합이 붙기도 한다.

독자들로서는 일정한 지출에서 책을 구매할 때 이왕이면 검증된 책을 사는게 유리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나 과거의 베스트셀러는 최우선 선택의 대상이 된다. 베스트셀러는 우리 사회의 한 측면을 반영한 일종의 검증 장치이기도 하기때문이다. 또한 이왕이면 남들이 읽는 책을 읽어야 대화에 끼일 수 있다는 점도 선택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현실적인 셈법만이 개정판을 찾는 이유는 아니다. 출판사들은 개정판을 내는 이유로 새 독자들의 편입을 든다. 3~5년 판권계약이 마무리 되면 청소년 독자층이 새로운 독자층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또 이미 읽은 책이라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단장돼 나오는 개정판을 또 사서 읽는 독자들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 독자층은 종이책의 물성에 관심이 많아 개정판에도 늘 관심을 갖는다.

개정판은 불황에 출판사와 독자들의 요구와 필요가 잘 맞아떨어진 현상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출판사가 새로운 작가를 꾸준히 발굴, 키워야 출판시장이 결국 커진다는 논리에서 보면 이런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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