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공연한 이야기] 틀을 깨고 나온 발레리나들 관객은 즐겁다
우리는 이분법에 익숙해져 있다. 그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경계를 허물려면 수많은 편견에 맞서야 하고, 틀을 깨고 나와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발레리나에게 씌인 고정관념을 깨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토슈즈를 신고 정통 발레 무대를 누비는 그들을 다른 장르의 공연에서 만나면 낯섦에 먼저 압도되겠지만, 어느새 우리를 신선한 황홀경으로 안내할지 모른다.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온 발레리나 대표 멀티플레이어로는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김주원이 있다. 지난해 뮤지컬 ‘팬텀’에 출연해 관객에게 새로이 눈도장을 찍었는가 하면, 지난봄에는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5분간 강렬한 독무를 선보여 종합예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주원은 오는 27일 서울시무용단의 창작춤극 ‘신시(神市)’에 출연해 한국무용의 선을 입는다. 한국무용의 대가 국수호가 총괄 안무하고 뮤지컬 연출가로 정평 난 유희성이 연출하는 무대에 정통 발레리나가 카메오도 아닌 주역 ‘웅녀’로 올라 극을 이끌어간다. “발레와 한국무용에 ‘전통’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연습하면서 많이 배운다”는 소감을 밝힌 그는 10년 전 국수호 안무의 춤극서 혜경궁홍씨를 연기한 바 있어 이번 도전이 낯설지 않다고 했다.

그와 함께 ‘호족장’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 윤전일 역시 발레리노다. TV 경연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그에게 한국무용은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은 오는 11월 재공연하는 뮤지컬 ‘팬텀’에서 다시 만나 유니버설발레단 간판스타 황혜민-엄재용과 함께 번갈아 출연한다.

그런가하면 걸그룹 출신 가수가 전막 발레에 도전하는 특별한 행보도 눈에 띈다.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스테파니 김이 오는 18~19일 댄스시어터 샤하르의 창작발레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연예인의 이벤트성 캐스팅이라 보기엔 그의 이력은 꽤 진지하고 화려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발레단에서 전문무용수로 활약했던 그는 지우영 안무가의 눈에 띄어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한편, 발레리나의 수명은 길어야 마흔이라는 편견에 맞서는 노장(老將)도 23일과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영국 로열발레단 역사상 최연소 수석무용수이자 20세기 후반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레산드라 페리가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으로 초청됐다. 53세로 문훈숙 단장과 동갑이기도 한 그는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로서 연륜이 묻어나오는 완벽한 무대를 꾸밀 것이다. 한계를 넘어 도전하는 이들의 비상을 지켜보는 것은 관객에게 ‘알을 깨는’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뉴스컬처=송현지 기자, song@newsculture.tv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