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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 말린 나물이 머금고 있는 햇볕의 맛…어른이기에 더 애틋한 60여개 맛이야기
-출판사, 이 책!


“가을밤이 유독 길 때, 혹은 겨울 해 질 녘에 도쿠리 기울이는 소리를 나 홀로 조용히 듣는 행복이 있다.”(‘저녁 반주의 맛’에서)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사람은 계절의 변화에 바로 반응한다. 늦더위가 물러나고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마음에까지 그 바람이 스미고 괜히 감정이 출렁인다. 어둑어둑 퇴근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따끈한 냄비 요리에 술 한잔 기울이고 싶어진다. 옷깃을 여미고 서둘러 집에 돌아가 소박하게 끓인 된장찌개로 고된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싶기도 하다. 혹은 불현듯 엄마가 해 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에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계절이다.



어릴 때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고 나서야 느껴지는 맛이 있다. 말린 나물이 머금고 있는 햇볕의 맛이라든지, 계란찜처럼 희미하고 아련한 맛이라든지, 코끝이 찡해 오는 와사비의 맛이라든지, 월급날만큼은 누리고 싶은 호사의 맛이라든지…….

‘어른의 맛’은 세월과 함께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경험을 거듭하면서 섬세한 미각의 영토를 넓혀 온 사람이 느낀 다양한 맛과 기억을 담고 있다. 어른이 되었기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맛을 고운 감정의 결로 담아낸 에세이다. 음식의 단맛, 짠맛, 매운맛을 시시콜콜 늘어놓는 게 아니라 죄송스러운 맛, 눈물 나는 맛, 납득이 가는 맛, 사라지는 맛, 혼자의 맛, 이래서는 안 되는 맛 등 맛 속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어른의 맛은 음식깨나 먹어 봤다고 하는 미식가의 젠체하는 맛도, 상대의 맛 취향을 무조건 깎아 내리고 보는 꼰대의 맛도 아니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맛, 그것이 조미료를 더하고 빼는 걸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어른의 맛이다. 
이 책에 실린 맛 이야기는 60개가 넘는다. 맛에 대한 표현은 지극히 미각에 의존하기도 하고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그저 계절의 감각을 느끼게 하기도, 인생에 대한 성찰을 소담하게 담아내기도 한다. 맛과 사람을 온정으로 잇는 작가 히라마쓰 요코는 소설가 못지않은 필력으로 인생과 맛을 예찬한다. 이 책에 실린 거의 모든 글이 맛깔난 단편소설처럼 읽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행복하고 따스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선술집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 따뜻한 술 한잔 들이켜고 싶어지고, 한밤중에 냉장고 속 두부를 꺼내 구워 보고 싶어지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조용히 차를 끓이고 싶어지고……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준 음식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질지도 모른다.

바다출판사 기획편집부 편집자 나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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