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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 선진국으로 가는 길
대한민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며 3대 국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A등급을 받을 만큼 경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신 있게 말하긴 힘들다. 세계 37위의 부패지수, OECD 26개국 중 가장 낮은 노동생산성 등 사회 시스템은 경제 발전에 걸맞은 수준에 올라서지 못했으며, 글로벌 경기 둔화, 저출산·고령화 등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는 미래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미래의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공무원의 전문성과 정부의 지능이 높아져야 한다. 공무원들은 과거 자료도 없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그나마 요즈음은 정보화시스템하에서 자료들이 기관차원에서 관리되어 다행이다. 그러나 경험이나 관련분야 인물 네트워킹 능력 등은 결국 사람을 통해 해결해야 함에도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인기 있는 자리는 ‘혼자 다 하기냐’ 또는 ‘한자리에 오래 있으면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또는 ‘승진을 했으니 한직에 좀 나갔다가 돌아오는’ 식의 순환전보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회의에 참석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사람이 자주 바뀌고 전문성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취약하다는 것을 금방 안다.

이제는 분야별 전문가로 오래 근무하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직문화로 바뀔 때가 됐다 내년 시범실시예정인 전문직공무원제도는 학습할 줄 아는 정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는 정부, 차별화된 고객을 기억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줄 아는 현명하고 유능한 선진국형 정부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노력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불신에서 비롯되는 감시와 견제를 줄이는 대신 신뢰의 사회적 자본을 많이 축적하여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을 갖추는 사회적 지혜가 필요하다. 9·11 테러로 미국이 입은 정말 큰 손실은 신뢰의 사회적 자본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신뢰에 기반하여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던 행동방식과 문화가 테러로 인해 더 이상 작동되기 어렵고, 복잡한 절차와 통제가 불가피해 지면서 미국사회가 치르게 되는 불편과 노력, 비용과 시간부담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신뢰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여 편리하고 지혜로운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훨씬 더 선진국 진입하기가 쉽다. 우리의 경우, 부정청탁금지법이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복잡한 법 내용과 해석의 여지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신뢰가 공고했다면 애초부터 필요없을 법이다. 앞으로 법시행에 따른 감시와 제재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겠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사회에 신뢰의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는 기틀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선진국을 상징하는 가치나 표현은 ‘세계 제일’, ‘세계 최고’와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상식이 통하는 신뢰사회야 말로 선진국의 진정한 모습이자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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