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독] 朴 정부서도 ‘유리천장’ 여전…공공기관 127곳 女임원 ‘0’, 28곳은 女직원 아예 안 뽑아
-정부산하 공공기관 320곳 여성임원 현황 전수조사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헌정사상 첫 여성 수반(首班)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를 이끈 지 4년이 지났지만, 공공부문의 ‘유리천장(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산하 공공기관 대부분이 여성임원 임명에 인색했다. 특히 수십 곳의 공공기관은 지난해 여성임원은커녕 여성직원조차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헤럴드경제가 2016년 국정감사를 맞아 정부산하 공공기관 320곳의 여성임원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9월 21일 기준), 전체의 39.7%(127곳)에 이르는 공공기관이 여성임원을 단 한 명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임원 비중이 전체임원의 30% 미만(0~29%)인 공공기관도 293곳(91.6%)에 달했다. ‘성(性)차별 타파’가 사회적 요구로 부상한 가운데, 공공기관이 솔선수범의 의무를 포기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유리천장 지수가 가장 높다.

공공기관의 유리천장은 과거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돼왔던 국방ㆍ토목 등의 분야뿐 아니라, 이미 여성의 참여가 활발한 관광ㆍ문화ㆍ정보통신(IT)ㆍ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만연했다. 정동극장, 강원랜드, 88관광개발, 서울대 병원 및 치과병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의 여성임원이 0명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 “각 공공기관은 여성 관리직 임용목표제를 실시해야 하고, 비상임 이사 임명 시 여성 비율을 30% 이상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여성계 일각에서 “공공기관이 정부 지침을 준수하는 차원에서라도 지속적으로 여성임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각 공공기관은 현재 여성 관리직 임용목표제도 자체는 모두 도입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여성임원 비중이 높은 공공기관이 여성인권ㆍ청소년 상담 등 일부 분야에만 편중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전체임원 11명 중 여성 9명), 한국여성인권진흥원(전체임원 10명 중 여성 8명), 한식재단(전체임원 20명 중 여성 10명),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전체임원 12명 중 여성 4명) 등은 전체임원의 숫자가 두 자리 이상이면서 여성임원 비율도 최소 33%에서 최대 82%까지 높았지만, 설립목적 자체가 특수해 유리천장 해소 성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88관광개발과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일부 공공기관은 최근 3년간 일반 여성직원조차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한국동서발전,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부산항만공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 28개 공공기관이 여성직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공공분야 여성관리자 확대의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해 (여성임원 및 직원채용 과정에서) 간접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